中 이어 美 은행도 흔들… 금융시장 경고음 [뉴스 투데이]
中 디폴트 위기 와중에… 세계경제 먹구름
고금리 지속에 은행 실적 악화
JP모건·BoA 등 등급 하향 땐
동종 업계 연쇄 강등 불가피
S&P 2.5% 급락 등 시장 요동
中 성장률도 4%대 조정 잇따라
경기침체·부동산 디폴트 위기에
7월 은행대출 14년래 최저
물가도 마이너스… 위기감 고조
부동산업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이에 따른 투자신탁사 위기, 소매판매·산업생산 위축 등 중국발(發) 전방위 위기 신호가 세계 경제를 놀라게 한 와중에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 은행권 부실 위험이 확산하고 있다.
‘바이드노믹스’ 홍보 나섰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전력 장비 업체를 방문해 ‘바이드노믹스, 미국에 투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자신의 경제 성과에 대해 홍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 1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밀워키=UPI연합뉴스 |
피치는 이미 지난 6월 미 은행산업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AA’에서 ‘AA-’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고금리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여 추가 하향 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울프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업계 건전성 등급이 ‘AA-’에서 ‘A+’로 또 한 단계 낮아지면 현재 AA- 상태인 JP모건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도 불가피하다. 특정 은행이 업계 건전성 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과 BoA의 등급이 강등되면 모든 동종 기관 등급의 하향 조정을 함께 고려해야 해 뱅크 유나이티드 등 현재 BBB 등급의 은행들은 아예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울프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높은 금리는 일반적으로 은행의 이자수익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자금조달비용과 대출자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 함께 높여 되레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치와 더불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도 지난 7일 이러한 이유로 M&T 뱅크 등 미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으며, 뉴욕 멜론 은행·US 뱅코프·스테이트 스트리트·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등 대형은행 6곳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울프 애널리스트는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이 기정사실로 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한 위험이라는 것을 시장에 알리려는 의도”라고 이날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은행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불안을 더 키웠다. 미국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있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잦아들고 있지만, 현재의 고금리(5.5%)가 오랜 기간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연준 내의 금리 논쟁 기조가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이냐”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가”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1% 이상 상회하고 있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논의의 초점이 금리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로 이동했으며, 연준은 이 같은 논의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낮추고 경제에 계속 하방 압력을 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금리 정책과 관련해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금리 유지’가 논의의 초점이 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났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금리 인하를 향한 시장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지난 1일 “연준이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中 건설현장 중국 상하이 건설현장에서 15일 작업자들이 공사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형 건설 사업자인 비구이위안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이에 따른 여파가 신탁회사 등 금융계로 전이된 데다 소매판매·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와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설이 확산하는 중이다. 상하이=EPA연합뉴스 |
바클레이즈도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춘 4.5%로 조정했고,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5.5%에서 5%로 낮췄다.
이들 기관은 중국이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단편적인 정책 지원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적극적인 부양책을 펴야 하고, 부동산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올해 5% 성장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건설시행사인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내지 못하면서 건설업계와 신탁회사 등 금융계로도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소매판매·산업생산·실업률 등 경제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왔다. 더구나 지난달 은행 대출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을 찍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진입한 데다 수출도 감소하는 등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중국과 달리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상향 조정돼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견고함을 입증했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6964억달러(약 932조원)로 집계돼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 연은은 올해 미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5%로 점쳤던 성장률을 이날 소비 지표 확인 이후 1.5%가량 높여 잡은 것이다. 이는 또 미국 은행 위기가 중국처럼 전방위적인 위협요인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이지안·서필웅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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