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은행 70개 신용등급 강등 경고···"투자 부적격 속출"
JP모건·BofA 등 대형사도 포함
고금리에 미실현 손실액 눈덩이
中 부동산 위기에 신탁사 디폴트
투자자, 중룽신탁서 시위 벌이기도
연착륙을 기대하는 미국에서도,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중국에서도 경제 리스크가 금융 업계로 번지고 있다. 환경은 다르지만 그동안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펼쳤던 정책이 금융권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미국에서는 고금리의 여파로 미국 은행들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나오고 중국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신탁사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현실화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크리스 울프 분석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업계의 영업 환경 등급을 현행 AA-에서 A+로 한 계단 낮추면 피치가 다루는 70개 이상의 개별 미국 은행의 등급을 하향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 영업 환경 등급이 A+로 낮아지면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주요 개별 은행의 신용등급(AA-)이 업계 등급을 웃도는 역전이 발생한다. 업계 환경보다 개별 은행이 더 높은 등급을 받을 수는 없으므로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까지 신용등급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의 도미노 효과로 70여 개 은행들의 동반 신용 강등이 이어지게 된다.
CNBC는 “일부 취약한 대출 기관은 투자부적격(BB+ 이하) 등급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에 따르면 현재 팩웨스트와 캐세이제네럴이 이미 투자부적격 단계이며 웨스턴얼라이언스가 바로 위인 BB- 등급이다.
이 경우 몇몇 취약한 은행은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무디스는 7일 중소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별도의 11곳은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당시 무디스는 “상당한 미실현 손실이 있는 은행은 여전히 투자자의 신뢰 상실에 취약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미국 지방은행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보유한 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1년간 연준이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대출 잔액은 9일 기준 1061억 달러로 3월 제도 시행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HLB에서 은행에 빌려준 대출 잔액도 880억 달러로 2021년 말 대비 150% 높다”며 “미국 지역은행들의 실상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금융권이 고금리의 여파에 시달린다면 중국 금융권은 최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분야의 부실로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중심으로 위기론이 퍼지면서 불확실성과 휘발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 최대 신탁 업체 중 한 곳인 중룽신탁의 경우 유동성 고갈로 지난달 하순 이후 10개 이상 상품의 자금 상환이 연기된 상태다. 소식통 중 한 명은 적어도 30개 상품에 대한 지급이 연체됐으며 중룽 측은 일부 단기 상품의 상환도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8일에도 일부 상품의 자금 상환에 실패한 바 있다. 16일 블룸버그는 중룽신탁의 베이징 사무소 앞에서 20여명의 시위대가 “만기가 됐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금융분쟁 관련 시위는 흔한 일이지만 당국은 수도 베이징에서의 시위는 용인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2조 90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신탁사인 중룽신탁은 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 등에 대출해주거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다. 이번 상환 불능은 2대 주주인 중즈그룹의 부동산 대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제공 업체 유스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만기를 맞는 270개 고수익 상품(395억 위안, 약 7조 2000억 원 규모)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신탁회사는 전통적으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신탁회사의 부동산 노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0%인 3000억 달러(약 2조 2000억 위안)이다. 중룽의 부동산 노출액은 약 820억 달러(6000억 위안)로 9위다. 알파인매크로의 얀 왕 중국전략가는 “이미 (디폴트) 리스크는 전이되고 있다”며 “(은행을 포함한) 금융 시스템 전체의 충격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경제를 누르는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구이위안 문제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블랙록은 14일 기준 3억 5850만 달러 규모의 비구이위안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안츠 역시 6월 30일 기준 3억 1100만 달러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피델리티와 HSBC·JP모건체이스 등도 비구이위안에 투자한 것으로 통신은 파악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맥도날드 '대파' 넣고 대박…롯데리아는 '이것' 넣었다
- 길어지는 폭염에…'배달비 날씨 할증' 기준 논란
- 로또 70억 당첨 인증 직장인 근황 공개…'50억 건물·12억 집·3억 차 샀다'
- '죄송하다' 반복만…서이초 교사, 학부모 10명 민원 받아
- 게임으로 농사 짓고 '공짜'로 수확…新품앗이 '맞팜' 뭐길래
- 워킹맘 동료 이해됩니까…고용부의 반성문같은 '남직원 아빠교실'
- 월수입 6800만원?…200만 유튜버 수익공개, 실상은?
- 이중근 부영 회장, 동창생에게 추가로 1억원씩 더 줬다…왜?
- '광복절'에 日 가족여행 사진 올린 고소영…누리꾼 비난에 결국…'삭제'
- 구치소서 '알몸 난동' 40대 女 이유가…'취침 자리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