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전경련 재가입 결론 못 냈다…18일 재논의(종합2보)
2시간 동안 가입 여부·시기·조건 등 격론…정경유착 우려 부담된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오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삼성 준감위는 16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2시간에 걸쳐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논의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다양한 부분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좋은 결정을 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 준감위는 오는 18일 오전 7시 회의를 다시 열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 준감위는 외형상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으로,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는 7명 전원(화상참여 포함)이 참석했으며, 전경련 가입 여부와 시기, 조건 등 여러 쟁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향후 전경련에 국정농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비 납부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준감위는 이사회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외후원금 지출 등에 대해 이사회 승인 전에 검토하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등 신중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준감위의 결정이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준감위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경유착 우려 등을 놓고 숙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도 이날 회의에 앞서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삼성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전경련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12월 열린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며 전경련 탈퇴를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전경련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은 앞서 5개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3차례 회의와 각사 최고경영자(CEO) 보고를 거쳐 한경연 해산에 동의했으며, 한경연 회원 자동 승계는 이사회와 준감위 논의를 거쳐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승인할 경우 삼성전자 등 한경연 회원사였던 5개 계열사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한경연 회원 승계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삼성의 입장에 따라 재가입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복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부담이다. 또다시 정경유착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4일 성명을 내고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며 "전경련이 정경유착에 대해 정말 반성하고 쇄신을 하고자 한다면 이번과 같이 구시대적인 세불리기용 꼼수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도 지난 9일 성명에서 "제대로 된 혁신도 없이 간판만 바꿔 달고 신(新) 정경유착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마다 숙고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는 사안인 만큼 전경련 임시총회(22일) 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이번에 한경연 회원 자격은 자동 승계하더라도 회비 납부 등 본격적인 활동은 시간을 더 두고 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가입에 대한 재계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전경련 쪽에서도 야당이나 시민단체를 만나 전경련의 개혁 의지를 설명하는 등 분위기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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