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동관,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 작성 시인
“언론 현황을 파악하려고 모니터한 것일 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 시절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을 작성해 정부 비판 보도를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 현황을 파악하려고 모니터한 것일 뿐”이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그간 이 후보자는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 내부에서 생산된 정치 관여·민간인 사찰·언론 장악 의혹 문건에 대해 “지시한 적도, 본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했었다. 유일하게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만 작성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서면질의 답변 자료를 제출했다. 이 후보자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8~2009년 대변인실에서 작성한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을 보면 청와대와 대통령 및 가족,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와 칼럼 176건을 별도로 정리해 관리했는데 문제 보도로 지칭하고 관리한 이유”를 묻자 “언론 현황을 파악하려고 모니터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문제 보도’라는 표현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국정 운영에 참고하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보도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동관 대변인실이 작성한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에는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작성된 조선일보 기사 176건이 문제 보도로 분류돼 있다. 해당 문건은 2018년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VIP(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 ‘김○○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등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다른 청와대 문건에 대해선 자신이 개입돼 있지 않다고 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인을 선별해 대통령의 전화 격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VIP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 문건에는 보고자로 ‘이동관 대변인’이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관련된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홍보수석실이 ‘YTN 보도 리스트’ 문건을 작성해 정부 비판적인 보도 내용을 수정하라고 조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이 이정문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YTN 보도 리스트 문건들을 보면,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YTN 일일 보도를 분석하고 정부 비판적 내용을 ‘문제 내용’으로 분류한 뒤 ‘조치 결과’를 적었다. 2010년 5월31일 YTN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신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도하자,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14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로 조치했다고 적시했다. 앵커 멘트를 순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 측은 ‘YTN 보도 리스트’ 문건에 대해 “언론 동향을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로, 별도 지시나 보고 없이 실무진이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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