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신에 발목잡혀도…CJ제일제당·대상 공들이는 ‘그린바이오’ [푸드360]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4조8540억원. 만두·햇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식품이 아닌 ‘그린바이오’ 사업으로 낸 매출이다. 식품업체의 미래를 위한 주력 사업으로 성장한 그린바이오 사업은 미래를 향한 등불 역할도 하지만 올해 2분기처럼 영업이익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제외)과 대상의 영업이익은 각각 2358억원, 33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1%, 30.9% 줄었다. 업계는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업황 부진과 기저효과 등으로 식품업체가 신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소재 부문은 CJ제일제당과 대상의 매출 중 30~40%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의 식품 외 주요 사업부문(물류 제외)인 바이오·FNT(푸드&뉴트리션 테크)·F&C(피드&케어) 사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약 3조339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7.8%에 해당한다. 대상은 상반기 소재 부문 매출이 약655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식품업체들이 뛰어드는 바이오산업은 주로 식품의 미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이 있는 첨가물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식품업체가 바이오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생물 등 오랜 식품연구 경험으로 쌓인 기술력을 활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업체 중 규모가 작은 회사는 바이오 사업에 뛰어드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사업의 지속성과 품목 다양화 등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1964년 MSG(글루탐산나트륨) 생산을 시작으로 1990년 본격적으로 사료용 아미노산에 뛰어들었다. 대상도 1973년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라이신은 글로벌 육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성장촉진용 사료로 주목받았다.
식품업계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으로 획기적인 성장이 쉽지 않은 데 반해 소재 사업은 성공할 경우 다른 산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대상이 올해 6월 석유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인 카다베린(Cadaverine) 개발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소재 개발은 석유계 소재를 대체할 경우 향후 섬유, 플라스틱, 페인트 등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을 생산해 내는 일은 공장이 없어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등 방법을 통해 시도할 수 있지만 소재 산업은 기술력이 반드시 있어야 접근 가능하다”며 “진입 장벽이 높아 개발 단계의 경쟁이 적고 성공하면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큰 식품기업이 집중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소재나 사료 부문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바이오 사업 매출 95%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대신 국가별 외식 경기가 위축되거나 국가별로 정부가 사육 두수를 조절할 경우 타격을 받는다. 실제 중국 외식시장이 위축되면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 라이신 가격도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결국 라이신 사업의 영업실적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사업 내에서도 식품기업들은 품목을 다양화해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2013년 기준 전체 바이사업 매출에서 60%가 넘었던 라이신 비중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현재는 20% 비중으로 낮췄다.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더 높은 트립토판과 핵산의 비중을 높였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2분기 바이오·FNT사업의 경우 대형 아미노산 관련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트립토판 등 기타 제품을 통해 8% 영업이익률을 유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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