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적왕래···북중 국경 전면 개방하나

강동효 기자 2023. 8.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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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 단둥 간 '버스 2대' 왕복
3년 7개월만에 인적 교류 기지개
ITF 출전 태권도선수단 탑승 추정
北 주민에게도 개방 가속화 관측
월북 킹 미군 이병 소식도 첫 공개
한미일 정상회의 앞두고 대외 선전
16일 북한 신의주를 출발한 버스 2대가 압록강 철교를 통해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북한이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경 문을 닫은 지 3년 7개월 만에 중국과 대규모 인적 교류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국경 개방을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또 지난달 월북한 미군과 관련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는데 한미일정상회의를 앞두고 대외 선전 공세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통일부와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를 통해 버스 행렬이 오간 사실이 포착됐다.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단둥에서 출발한 버스 2대는 압록강 철교를 지나 신의주에 도착한 뒤 11시 20분께 단둥으로 되돌아왔다. 대북 소식통은 카자흐스탄에서 19~26일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카자흐스탄 세계선수권대회에 100여 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간 인적 왕래가 이뤄진 것은 2020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그해 열린 도쿄올림픽도 불참할 정도로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지난해 1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재유행에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원정리~중국 훈춘, 무산~중국 난핑 통상구에 대해 화물 트럭의 운행을 재개했는데 대규모 인적 교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날 3년여 만에 북중 간 인적 이동이 재개된 만큼 국경 개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난달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북한 측 행사에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방북한 것을 기점으로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여전히 경계는 하고 있지만 개방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국경 개방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국경 문을 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ITF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낸 것이 확인되면 개방 확대의 변곡점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미군인 트래비스 킹 이병의 소식도 처음으로 전했다. 킹 이병은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중 폭행 등의 혐의로 미국에 송환될 예정이었는데 인천공항에서 달아난 뒤 판문점 견학에 참가했다가 월북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킹 이병과 관련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킹 이병은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며 “북한이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킹 이병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가 조만간 풀려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일정상회의를 앞두고 킹 이병을 선전 공세에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킹 이병의 자진 월북 배경으로 불평등·인종차별 등을 거론한 만큼 미국의 인권 문제를 비난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한미일 정상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엄격하게 이행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자 이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교수는 “한미일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며 “미국의 인종차별 등 인권 문제를 꺼내며 선전 카드로 계속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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