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총장·사령관 결재 ‘수사보고서’ 공개…“사단장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각각 결재한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해병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가 16일 공개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은 채모 해병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해병대 1사단 채모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 서류를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대면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대령은 같은 내용이 담긴 서류를 지난달 28일 김계환 사령관에게, 지난달 30일 이종호 참모총장에게 각각 보고해 결재받았다.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요약하며 “제대별 지휘관들의 작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됨에 따라 임무수행에 필요한 안전장구를 휴대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수사단은 이어 “사단장 작전지도 간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 지휘관이 지휘부담을 느껴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되어 사고자가 수색작전 임무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 예정”이라고 적시됐다.
수사단은 8명 중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이 가장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는 지난 10일 공개된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자료에서 수사단은 임 사단장이 지난달 15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 계획을 인지했지만 이 사실을 이틀 뒤에야 여단장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이날은 장병들이 예천으로 이동한 당일이자 수색 작전이 진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여단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입수가 아니라 하천변을 걸으면서 두 눈으로 수색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 장구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수사단은 주장했다.
수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브리핑 자료를 지난달 31일 언론에 공개하려다가 이 장관의 지시로 당일 취소됐다. 박 대령 측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요청으로 브리핑 자료를 송부한 뒤 브리핑 취소 지시와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왔다며 임 사단장을 혐의자 목록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사단장이 아니라 8명에 포함된 초급 간부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맞서고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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