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사노조, “숨진 서이초 교사 학부모 민원과 개인 전화번호 연락에 심적 부담”

노조, 유가족 동의로 서이초 교사 SNS 내용 공개
알림장에 “SNS와 학교 내선전화로 연락달라” 적어놔

서울교사노조가 16일 서이초 교사 유족의 제보로 공개한 하이톡 7월 17일 알림장 내용<자료=서울교사노동조합>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을 받아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 제보와 메시지 등이 공개됐다. 이를 공개한 서울교사노조는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충실하게 했음에도 이런 민원에 지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숨진 서이초 교사 A씨의 유족이 최근 서울교사노조에 3월 6일부터 7월 14일까지 고인과 학부모의 하이톡과 문자 내용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제보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 학생은 울음이 터져 수업 참여를 어려워했으며 이에 따라 여러 차례 점심 식사를 거부했고, 또 다른 학생은 교실과 급식실 등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과잉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학부모들이 이런 학생들 때문에 자녀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약 10명의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놀림 받고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학생 간 여러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하이톡을 통한 민원에 대하여 “제가 전화하겠다”,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학부모가 언급한 학생의 피해를 확인하고 학생끼리 혹은 학부모끼리 사과를 중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밝혔다. 하이톡은 학교 등에서 쓰이는 교육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서울교사노조는 A씨가 학급에서 벌어진 ‘연필 사건’으로 인한 갈등을 중재하는 데 심적 부담이 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명 ‘연필 사건’과 관련하여 학부모와 고인의 대화는 하이톡과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 등으로 이뤄졌다”며 “7월 12일 오전 연필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의 학부모가 오후에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문자가 있었으며, (당시) 저녁 9시에 가해자 학부모가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가해 학부모는 피해 학부모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었으나, 피해 학부모가 만남을 거절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사안을 확인하고 조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필사건은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A씨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뜻한다.

노조는 A씨가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로 직접 연락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일명 ‘연필사건’ 발생 전 학부모와 고인의 소통은 대부분 하이톡과 학교 전화로 이뤄졌다. A씨는 학년 초인 3월 2일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와 7월 17일 알림장에서도 ‘용무가 있을 경우 학교 전화나 하이톡을 이용해 달라’고 했을 만큼 개인 휴대 전화 번호 노출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문제 행동이 있는 학생의 학부모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학생의 행동을 개선시키고자 했다”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했던 고인에게 더해진 수많은 요구는 고인을 지치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