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빛난 한덕수, 벼랑 끝 김관영’…잼버리에 뜨고 진 정치인

이슬기 기자 2023. 8.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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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약하던 韓, 수습·조사 총괄...尹 “잘 했다”
지방은 손 놓고 중앙이 수습, 도지사 책임론 거세
野 내부서도 “전북 책임 피하긴 어려워”

‘부실 준비’ 홍역을 겪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이후 정치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야는 물론 정부도 책임 공방에 가세한 가운데 ‘지방정부의 과실, 중앙정부의 뒷 수습’ 구도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모양새인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타격을 입은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존재감을 부각한 정치인도 있어서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타격을 입은 정치인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꼽힌다. 그는 이번 사태로 ‘잼버리 현안질의’ 증인석에 앉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김 지사 본인과 민주당은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잼버리 사태를 추궁키로 했었다. 그러나 김 지사의 불출석으로 회의는 파행했다. 여야 간사가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합의에 실패해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러나 당내에선 “문재인 정부는 아니더라도 전북도까지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감사원은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김 지사는 해명 과정에서 문제를 키운 측면도 있다. 김 지사는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잼버리에 많은 문제가 있던 건 사실이고 저도 사과드린다”면서도 “참가 학생들이 SNS에 올리거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부모에게 보낸 여러 불만 사항 위주로만 보도가 돼서 문제가 더 큰 것처럼 오해가 생겼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같은 당 김윤덕 의원은 뒤늦은 사과문을 내며 논란이 됐다. 지난 3일 잼버리가 ‘생존게임’이 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다. 김 의원은 13일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신속한 국정조사로 이번 사태의 올바른 시비를 가려내야 한다. 저부터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하겠다”고 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와 전북도, 조직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언급한 것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대회 준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김 장관은 잼버리 종료 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책임감을 느끼지만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엔 동의 못 한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여당 일각에서도 “운영 능력은 물론 정무 감각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잼버리 사태로 존재감이 커진 사람도 있다.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다. 한 총리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올해 5월까지도 ‘무난하고 안정적’이라는 총평 이면에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장관들이 사안마다 야당과 대립하며 정치적 무게를 늘린 것과 대비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민주당의 당대표·돈봉투 사건 사법리스크,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에서 ‘야당 대 장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비해 국정 2인자인 한 총리는 이렇다 할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했다가 돌연 무단횡단 문제가 불거지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 잼버리 대회가 열리기 두 달 전 한 총리가 김현숙 장관 등과 현장 점검차 새만금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재조명돼 ‘부실 점검’ 책임론도 일었다.

그러나 잼버리 논란 직후 국무총리실은 각 부처와 민간 기업 간 협업을 주도하며 사태 수습을 총괄했고 좋은 마무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칭찬’도 그의 입지를 높여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 총리와 정례 주례회동에서 “총리 중심으로 스카우트잼버리를 잘 마무리했다. 총리가 정말 수고 많았다”고 격려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와 개러스 위어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를 만나 면담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 인스타그램

오세훈 서울시장도 잼버리 정국에서 ‘대통령 칭찬’ 덕을 톡톡이 봤다. 여권에서 오 시장은 한동훈·원희룡 장관과 함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한 장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원 장관이 고속도로 특혜 공방의 ‘키’를 쥐고 야당과 대결한 것과 달리, 오 시장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정치권 입문 동기인 원 장관은 최근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 사태에 맞서 공론화로 이슈를 선점했다. 논란이 일자마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중 부실 시공 우려가 있는 아파트 명단과 설계·시공·감리 참여 업체 명단을 전부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미 입주한 주민도 있던 만큼, 이러한 ‘충격요법’은 단번에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반면 오 시장은 민간 건설사와 함께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여론을 압도하고 존재감을 키우는 원 장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랬던 오 시장이 최근 윤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이 알려지며 잼버리 수혜 정치인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오 시장이 윤 대통령의 당부를 이행하기 위해 여름 휴가도 취소하고,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해 서울에 머무는 외국 학생들을 꼼꼼히 챙겼다는 것이다. 전북도 등 지자체의 무책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통령실도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한 모범적 사례”라며 서울시를 호평했다고 한다.

한편 감사원은 16일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날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금일부터 감사를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했다”며 “감사원은 내부 절차를 거치는 대로 신속하게 실지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잼버리 조직위에 참여한 전북도와 여가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수의 기관이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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