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떠난 개미, 2차전지로 갈아탔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8.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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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 주주 구성 분석
주가 지지부진한 삼성전자
소액주주 반년새 15만명 뚝
카카오·네이버도 소폭 줄어
포스코홀딩스·에코프로는
같은기간 소액주주 2배 증가

소액주주가 100만명이 넘어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카카오·네이버의 개미투자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들의 소액주주 수는 2배가량 늘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66만831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수치인 581만3977명 대비 약 15만명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중순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92만2693명으로 600만명에 육박했는데, 점차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플랫폼 관련주인 카카오·네이버의 개미투자자 수도 감소했다. 올해 중순 카카오의 소액주주는 199만9126명으로 200만명 선이 깨졌다. 지난해 말 소액주주는 206만6544명이었다. 네이버도 지난해 말 105만1608명에서 올해 중순 103만317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조 국민주인 삼성전자·카카오·네이버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익숙한 대형주다. 팬데믹 이후 대세 상승장 당시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몰렸고, 이후 소액주주 수가 급증하며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시세 분출이 어려워졌다는 판단하에 개미들이 떠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가 반등하면 보유 주식 비중을 줄여 리스크를 관리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초 9만6800원까지 급등한 후 지난해 하반기 5만전자까지 추락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에 올해 상반기 주가가 30% 상승한 7만원 선으로 오르면서 소액주주들이 그동안 물린 물량을 서서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400조원에 근접한 대형주로서 코스피와 흐름을 같이하는 종목이다. 이는 시장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기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데다 삼성전자 또한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8조94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면서 개미들의 선호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4.06% 하락한 8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도 4.01% 내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테마 위주로 수급이 몰리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줄어 초과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란 개인투자자들의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며 "과거 대비 이익 수준도 줄어 단기간에 과거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시장 주도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도 적자 전환으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에 소액주주가 대거 이탈했다. 지난해 말 107만명에 달했던 소액주주는 올해 중순 77만7692명으로 약 30만명 감소하며 국민주 대열에서 탈락했다.

카카오·네이버 역시 올해 중순까지 수익률이 좋지 않아 소액주주가 많이 떠났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 수익률은 2.99%에 불과했다. 카카오는 오히려 주가가 7.53% 내렸다.

원조 국민주에서 돈을 빼낸 개미들은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 종목으로 몰려들고 있다. 2차전지 종목 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소액주주가 지난해 말 31만3370명에서 올해 중반 52만8895명으로 늘었다. 기록적인 시세 분출을 보여준 에코프로는 소액주주가 같은 기간 10만9619명에서 25만468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종전 22만5303명에서 41만9892명으로 급증했다. 2차전지 3개 종목의 소액주주는 작년 말 총 64만명 수준에서 올해 중반 120만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최근 들어 2차전지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신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는 연중 최대 1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차익 실현 욕구와 더불어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이달 14.95% 하락했다.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5.24%, 27.57% 내렸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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