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넘어 손잡은 韓日…美, 동북아 안보협력체 다시 안올 기회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8.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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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석학 7인이 전망하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한미일 동반자적 관계 제도화
3국 정상간 '핫라인' 긴밀 공조
북핵·미사일·사이버안보 넘어
반도체·배터리 기술협력 확대
尹, 한일 관계 개선이 시발점
바이든, 中견제 성과 기대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톡틴 산맥에 위치한 미 대통령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국과 영국의 종전 논의, 냉전 시대였던 1956년 미국과 소련의 군사대결 지양 선언, 미국 중재로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관계 정상화 등 역사적 합의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1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이 회동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가에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잠깐 열리는 '사이드 라인' 회의가 아니라 별도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경제가 15일 미국 워싱턴DC 정가의 외교 석학 7명을 인터뷰한 결과 "안보 협력에 이어 경제적 공조 강화를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페이지를 여는 캠프 데이비드 컨센서스가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북한 핵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정찰 자산 협력, 사이버 안보, 공급망과 기술 협력 등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손대지 못했던 난제들도 풀어갈 수 있는 계기로 본다는 것이다. 또 워싱턴 외교 석학들은 "3국 동반자적 관계의 견고함과 친밀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3국 공조 강화의 시발점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라는 소기의 성과도 기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터뷰에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국정책국장,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가 참여했다.

이번 정상회의 의미에 대해 퓰너 회장은 "한·미·일 협력을 막아왔던 역사적인 문제를 뒤로한 상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퓰너 회장은 이어서 "윤 대통령이 일제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 있게 정치적으로 어려운 조치를 취한 것은 현재 위협에 초점을 맞춰 안보, 비즈니스 대화의 문을 여는 행동"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맥스웰 부대표도 "(한국) 국내 정치를 초월해 앞으로 수십 년간 3국 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역사적 회의"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인권범죄에 대응하는 '캠프 데이비드 컨센서스'에 대한 한·미·일 성명을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 대통령 전용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한·미·일 동반자 관계의 견고함과 친밀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여 한국석좌는 "한·미·일의 정치·외교적 상황을 고려할 때 3국 정상회의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점'에 열린다"며 "백악관은 인도·태평양에서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기를 열망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례 없는 3국 정상회의를 강조하는 것은 정보·국방·사이버 안보·기술협력 제도화가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해졌고 북·중·러 3국 공조가 커지는 부분도 주시해야 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미국이 한국, 일본과 양자 동맹을 유지하면서 3국 정상회의를 별도로 하는 것은 역사적"이라며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응한 3국 협력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의 예상 성과에 대해 여 한국석좌는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 위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일본이 현재 관여하지 않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공백이나 오해를 다룰 수 있다"며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포함한 경제 협력도 여전히 높은 우선순위"라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작년 11월 프놈펜에서의 한·미·일 3국 공동성명을 기반으로 안보, 경제, 지역협력, 인적교류 등을 제도화하고 조정된 접근법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대북 억제뿐 아니라 중국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퓰너 회장은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의 많은 부분을 달성했고, 캠프 데이비드 3국 회의와 후속 회담을 통해 이 목표를 지키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중국 잘못을 비판하는 데 말을 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대중국 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본다"며 "중국 영향력 확대에 공동 대응하는 새로운 방안으로서 한·미·일 3각 협력 제도화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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