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활용 서비스 800개…후발주자 한국 '리프 프로깅' 사활
구글·오픈AI 자본력 앞세워
기업 서비스 접목 2단계 진입
각종 앱에 언어모델 탑재 붐
"韓, 개발과 동시에 B2B 필요"
◆ 시험대 오른 토종 AI ◆
한국형 초거대 인공지능(AI)을 개발 중인 네이버가 개발과 동시에 서비스 확산을 염두에 둔 것은 글로벌 대규모언어모델(LLM) 산업이 갈수록 승자독식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무기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다.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향후 1000억달러(약 133조원)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는 오늘날 초거대 AI 산업이 1단계에서 2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단계는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개발하는 것이고, 2단계는 기업과 연합해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AI를 고도화하는 단계다. 특히 기업은 2단계에서 초거대 AI 기술 기업과 연합해 맞춤형 AI를 도입하며 초거대 AI 기업은 적법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을 효율적으로 검색, 종합, 보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식 도우미가 된다. 최종은 3단계다. 궁극적으로 3단계에선 AI가 전 영역에 걸쳐 인간을 대신해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3단계로 진입하면 산업은 전자동화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A회사 영업 담당자가 AI에 "○○지점에 △△상품 재고 500묶음과 송장을 할인 없이 보내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이를 AI가 수행하는 수준이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 속 AI 비서 '자비스'가 현실화하는 단계로 물리적인 로봇과의 연계가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히어는 "구글과 오픈AI가 주도하는 생태계 확장 경쟁은 마치 수많은 동물 종이 출현한 캄브리아기 폭발기와 같다"면서 "초거대 AI를 도입한 기업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내고 있고, AI를 자사 서비스에 붙이는 이른바 '버티컬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히어는 구글의 딥러닝 AI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 출신 에이든 고메즈와 닉 프로스트가 2019년 창업한 회사다.
코히어는 이런 AI의 물결을 전 세계적으로 약 3조3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1993년 인터넷(월드와이드웹)과 4조5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2007년 스마트폰에 이은 세 번째 '혁명'으로 규정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LLM이 이와 유사한 경제적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프라에 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훨씬 적고, 개발자 생태계와 기반이 당시와 비교했을 때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혁명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히어는 "AI 기업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동해 수많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곳이 오픈AI다.
오픈AI는 작년 11월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GPT-3.5 기반 챗GPT를 공개한 데 이어 4개월 뒤 이를 접목해 기업들이 각종 AI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을 선보였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플러그인 스토어에 현재까지 익스피디아, 카약 등 823개 파트너사가 입점해 있다. 올해 5월 약 50개에서 16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챗GPT 플러그인은 산업을 뒤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금요일에 갈 맛집을 추천하고, 토요일에 집에서 해먹을 음식을 정해 간단한 레시피와 식재료를 집으로 배달시켜줘"라고 요청할 수 있고, "다이어트 중이니 칼로리를 계산해서 여러 옵션을 알려줘"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때 AI는 각 기업 서비스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답변을 하고 결제를 유도한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공들이는 국가는 대표적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다.
빅테크는 오늘날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서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구글과 오픈AI는 각각 최신형 언어 모델 팜2와 GPT4에 한국어 데이터를 '핀셋 학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리프프로깅(Leapfrogging)
직역하면 '개구리 점프'라는 의미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점프하는 것을 지칭한다. 금융 분야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던 국가들이 현금 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간 것이 대표적인데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첨단 기술을 곧바로 서비스에 접목한 사례에서 통용되고 있다.
[황순민 기자 / 고민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막말 카이스트 학부모...“죄송합니다만 그 교사는 죽지 않았습니다” - 매일경제
- “주식 다 팔아라” 돈냄새 귀신인 헤지펀드도 손절 중인 이 나라 - 매일경제
- “이걸요? 제가요? 왜요?” MZ 공무원 83%는 ‘그냥 직장인’으로 산다 - 매일경제
- 넘쳐나는 노인 감당 안된다...일괄 지급 수당에 ‘백기’든 이 나라 - 매일경제
- "이걸요? 제가요? 왜요?"… 잼버리 지원 요청에 "강제동원" 반발 - 매일경제
- 신용카드 분실했는데…남이 쓴 돈 내가 내야 한다? - 매일경제
- 밥 안먹는다고 CCTV 보자는 부모들…어린이집 교사들도 ‘민원 포비아’ - 매일경제
- “버팀목 대출받았는데 자산증가요?”…건보료 폭탄 대체 무슨 일 [김혜진의 알쓸경법] - 매일경
- 횡령·비리로 얼룩진 은행들 연봉 1억 넘어…역시 ‘신의 직장’ - 매일경제
- 김연경 측 “악의적 허위 사실 배포에 강경대응, 선처 없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