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첫 고객 공개···AI칩 선점 시동
美 반도체 설계 기업 '그로크'
고성능 AI 가속기 칩 생산 맡겨
삼성 4나노 수율 안정단계 전망
내년 말 양산···TSMC 본격 추격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말 완공을 앞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의 첫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서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등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AI 반도체 회사의 주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는 한편 수주 경쟁력을 높여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그로크는 15일(현지 시간)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로크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2016년 창업한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다. 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연산, 학습을 위한 연산 칩과 가속기 칩 등이 주력 제품이다. 그로크는 삼성 파운드리 디자인 서비스팀과 협력해 AI 가속기 칩을 설계하고 이를 삼성 테일러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4나노 칩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이 공장은 올해 말 완공된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의 고객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24년 말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4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하겠다”며 “미국 주요 고객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고객사 확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4나노 수율이 그만큼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로크의 차세대 AI 칩은 기존 제품 대비 최고 4배가량 전력 효율이 높고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양산 단계에서도 고도의 생산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 4나노 수율을 75% 이상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14일 공개한 반기보고서에서 “4나노 2세대 제품은 안정적인 수율을 기반으로 양산 중이며 3세대 제품의 4분기 양산 목표 달성이 전망된다”며 해당 공정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부터는 4나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PW는 하나의 웨이퍼에 다양한 반도체를 시범 생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양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4나노 MPW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4나노 수율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스타트업 시절부터 TSMC와 손잡고 지금에 이르렀듯 전도유망한 업체의 초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지원한다면 삼성 파운드리로서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퀄컴과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잠재 고객사들을 실제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AI 반도체를 무기 삼아 파운드리 라이벌인 TSMC 추격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 서비스,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AI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70조 원 수준에서 2026년에는 1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르코 키사리 삼성전자 파운드리 미국 사업 담당 부사장은 “그로크와의 협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이 AI 반도체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향후 선단 공정 기반의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는 “최고의 AI 성능을 가능하게 할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해 그로크의 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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