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돌아온다” 들썩이지만…中경제는 ‘살얼음판’
‘단체관광 재개’ 수혜주, 반짝했다 다시 ‘시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 빗장을 풀었다. 이에 서울 명동 등 상권과 면세점‧화장품‧항공 등 산업을 중심으로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큰 손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이 국내 경제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러나 유커들이 과거처럼 활발하게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을 두고 "벼랑 끝에 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대로 앉은 상황이라서다. 한 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했던 각국은 오히려 '차이나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갈수록 나빠지는 中경제…'유커 귀환' 테마주, 다시 약세로
16일 국내 증권시장에서 '유커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파라다이스(-1.17%), GKL(-0.59%) 등 카지노 관련주, 신세계(-2.10%), 현대백화점(-3.95%), 호텔신라(-0.66%) 등 유통 관련주, 아모레퍼시픽(-3.42%) 등 화장품 관련주들이 전장보다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지만, 이날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흐름이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예상치를 밑도는 소매판매 결과를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시장 추정치 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의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히 국가통계국은 7월 도시실업률(5.3%)을 발표하면서 청년(16~24세)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중국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중국에 닥친 가장 큰 위기는 부동산 위기다. 2021년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의 경영난으로 부동산 위기가 초래된 이후, 최근까지 부동산 개발업체 다수가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해있다. 대규모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품이 끼어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소비 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가라앉으면서, 관련 회사들의 경영난을 촉발한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디폴트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5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오프닝 특수' 대신 '차이나 리스크'
일단 국내 관광업계에선 올해 말까지 최대 300만 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방한하는 유커의 수는 연간 800만 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10~2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가 현재는 50만 명대로 소폭 상승한 상태다. 관광업계에선 이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이전의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돌아온 유커들이 예전처럼 지갑을 연다면 국내총생산(GDP)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 증가할 때 국내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업계 예상대로 올해 300만 명의 유커들이 한국을 찾는다면 GDP에 0.2%포인트 이상 영향을 끼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당국은 '리오프닝 특수'보다 '차이나 리스크'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중국 부동산 회사 등의 문제로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부분이 국내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당장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지금은 관련 부서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여러 시장 상황을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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