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 위장’ 육군 부사관, 첫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사진을 들고 입장을 밝히는 남동생. 2023. 8. 16 뉴스1

아내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부사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살인,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를 받는 A 씨(47)의 변호인 측은 16일 강원 춘천 제3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절차에서 “이번 재판의 경우 몇 가지 쟁점 사안이 있어 재판과정에서 다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교통사고는 과실로 일어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살인죄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범행 당시 A 씨에게 총 2억 9000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A 씨는 2020년 ‘군 간부 전세금 대출’로 7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12월까지 누적된 지연이자가 997만원에 달한다. 다른 채무와 관련해서도 A 씨는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한 상태였지만 피해자 B 씨(41)는 이 같은 가계부채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었다.

B 씨는 지난 3월 7일 A 씨에게 ‘자녀 학원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면서 은행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날 밤 다수의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계좌의 잔액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군 검찰은 지난 3월 8일 새벽 말다툼 끝에 A 씨가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 씨가 B 씨를 목을 졸라 의식을 잃은 것을 사망한 것으로 착각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B 씨의 동생과 자녀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A 씨 측 변호인은 “아들이 아직 어리고 상심이 큰 상황이서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 측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했으며, B 씨 측에도 살인에 대한 증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 이후 B 씨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서 자녀들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어 재판 증인으로 참석해야한다. 현재 A 씨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며 “짧은 기간에 수많은 채무가 왜 생겼으며, 교통사고 당시 진술을 번복 한 점 등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재판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B 씨의 사진을 들고 재판을 방청한 B 씨의 남동생은 “(A 씨가) 오늘도 얼굴을 비추지 않고, 뒤에 숨어있다. 억울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억울하면 누명을 벗으려고 해야 하는데 점점 더 뒤로 숨고 있다”며 “아이들이 있고, 가족끼리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A 씨의 행동은 자기 부인을 잃은 남편으로 절대 보이지 않는다. 절대 용서를 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다음 재판은 9월 15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