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62% 쪼그라든 대기업…고용은 1만3500명 늘렸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50대 기업이 영업이익 급감에도 직원을 1만3000명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시장 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8000명 가까운 순고용에 나서고,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업체가 일자리 수천 개를 확대하면서다. 대기업은 현금 비축을 늘리며 경기 침체 지속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16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50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2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14조1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37조2197억원에서 62% 감소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3조4284억원 떨어지고, SK하이닉스가 적자 전환하는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의 실적 악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50개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2분기 영업이익은 23조1226억여 원에서 13조4566억원으로 9조원 넘게 줄었다.
반면 올해 6월 말 50개사 직원 총합은 57만1328명으로 전년 동기 55만7774명에서 1만3554명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불황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양대 반도체 업체가 8000명 가까이 순고용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올해 6월 30일 기준 12만4070명으로 1년 새 6166명 증가하며 전체 순고용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직원 수를 1622명 늘리며 3위에 올랐다.
실적 악화에도 주요 반도체 업체가 직원을 대거 늘린 것을 두고 다음 상승 사이클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차세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투자·생산을 늘려야 하는 시기라 고용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업체 영업 실적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HBM과 더블데이트레이트5(DDR5) 등에 대한 기술 경쟁력이 재부각되면서 하반기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형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등 반도체 업황 개선이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2차전지 업체도 직원을 수천 명 늘리며 일자리 창출에 일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년 새 직원을 1688명 늘리며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순고용을 기록했다. 이 밖에 포스코퓨처엠(740명), 삼성SDI(659명), SK이노베이션(230명), 고려아연(191명), 금양(55명) 등 2차전지 관련 기업 순고용이 3500여 명에 달했다.
허리띠를 졸라맨 일부 기업은 직원을 줄였다. 인적 분할 등 조직 변화가 있었던 한화솔루션(1242명 감소)을 포함해 KT(746명), LG전자(594명), 네이버(567명), 삼성전기(380명), 한국전력공사(372명) 순으로 직원 감소 폭이 컸다.
KT는 정년퇴직 등으로 인력 규모가 줄어 2018년 2만3000명 이상이던 인력은 올 상반기 2만117명까지 감소했다. 네이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통제를 이어왔으며, 한전은 정부의 공공 부문 혁신 방침에 따라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
이 밖에 대기업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말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약 30조원 늘리며 경기 침체 지속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시총 50대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9조7108억원에서 239조6816억원으로 15% 불어났다. 삼성전자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49조6807억원에서 79조9197억여 원으로 늘린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동안 위축됐던 경영권 거래 시장이 경기 호전 이후 대기업발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일경제 레이더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A 거래(50억원 이상)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3% 수준에 불과한 106건에 그쳤다.
[박창영 기자 / 조윤희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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