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상가 1개, 50실로 쪼개…재건축 '복병'

이유정 2023. 8.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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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통합기획 추진 재건축 단지
도 넘은 '상가 쪼개기' 기승
목동 상가 폭 1.5m 불과하기도
송파 올림픽선수촌 등도 많아
"사업 걸림돌"…서울시, 속수무책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단지에서 아파트 분양을 노려 상가를 50개로 분할하는 ‘상가 쪼개기’ 현상이 확인됐다.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전경. /한경DB


목동 잠실 등 서울 내 신속통합기획 추진단지가 ‘상가 쪼개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일 첫 번째 주민설명회를 열며 재건축이 본격화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에선 한 상가를 50개로 쪼갠 사례도 파악됐다. 제도의 미비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사실상 뒷북 대응만 하고 있어 정비사업 추진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통기획 추진하자 상가 50개로 분할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에선 올 들어 복수의 상가 분할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 곳은 지난 6월 한 상가의 1층을 36개로, 2층은 14개로 쪼개면서 50개로 분할했다. 폭이 1.5m 남짓이거나, 총면적이 5㎡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양천구청은 상당수 사례가 영업 목적이 아니라 투기성 ‘상가 쪼개기’ 사례로 의심된다고 보고 지난달 27일 목동 신시가지 단지와 신월시영아파트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고시했다. 고시일 이후 3년간 건축 및 토지 분할이 금지된다.

목동 아파트단지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상가를 쪼개더라도 사고팔 수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향후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지되면 미리 쪼개둔 상가를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고 포장해 팔 수 있다”고 했다.

목동 일대는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6단지가 지난 2일 신속통합기획 설명회에서 재건축 밑그림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파구 인기 재건축 단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림픽 3총사’로 불리는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 등 세 개 단지에서 지난해 이후 상가 분할이 40여 건에 달했다. 3개 단지는 모두 올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동의율 30%를 확보한 올림픽선수촌은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추진 중이다. 송파구는 주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행위 제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3월부터 대치동 미도와 선경아파트, 압구정동 미성, 논현동 동현, 개포동 개포현대1차·개포경남·개포우성3차 등 7곳을 행위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대부분이 신속통합기획을 진행 중이거나 검토하는 단지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영업을 위한 분할이라고 주장하면 문제 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이미 상황이 발생한 이후에나 행위허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행정 조치의 한계”라고 말했다.

 ○‘뒷북 대응’ 막으려면 법 개정 시급

재건축 초기 단지가 상가 지분 쪼개기로 갈등을 빚는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주택·토지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고 있을 뿐 상가 분할을 통한 지분 쪼개기 관련 규정은 없다. 상가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호한 규정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재건축 사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서초구 신반포 2차는 당초 77개였던 상가가 111개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 아파트에선 한 법인이 지난해 지하상가(1만44㎡)를 123개로 분할해 매각하면서 아파트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뒷북 대응’을 막고 조합 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4월에야 법 개정을 공식화했고,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상임위에서 뒷전에 밀려 있다. 고질적인 상가 쪼개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추진에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개정 건의를 해 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며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개별적인 행위허가사항에 대해 구청에서 적절히 제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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