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자폐 스펙트럼 ‘별이’

이명희 기자 2023. 8.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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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크레인, 유조차, 자동차 좋아~”

‘별이’는 자동차 박사다. 어려운 자동차 이름도 척척 맞힌다. 하지만 자동차 경적 소리에는 예민하다. 별이 세상에선 소리는 더 크게, 빛은 더 밝게 느껴진다. 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붉은 단발의 ‘줄리아’는 블록 만들기를 좋아한다. 줄리아는 그림 그리기에 열중할 땐 친구들이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갑자기 웃거나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줄리아도 자폐증을 앓고 있다.

별이와 줄리아는 자폐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또래 아이들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사실 두 아동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별이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18일부터 새로 합류하게 됐다. 이보다 앞서 전 세계 아동교육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2016년 처음 선보인 자폐 캐릭터가 줄리아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다채로운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캐릭터를 출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딩동댕 유치원>이 장애인, 조손가정, 성 역할 변화 등을 반영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편견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 별이의 등장은 뒤늦은 감도 있다. 지난 16일 EBS는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별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왜곡 없이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별이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 ‘안녕, 별아’ 편에서 ‘딩동샘’은 소리에 민감한 별이를 “작은 소리도 잘 듣기 때문”이라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준다.

현실은 좀 다르다. <세서미 스트리트> <딩동댕 유치원>은 가상의 세계다. 아직 한국 사회는 장애 수용 정도가 낮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별이의 등장은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그래도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은 물론 우리도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친다면, TV 속 세계는 현실이 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별이’들이 여느 아이들처럼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이명희 논설위원

EBS TV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하는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 별이. EBS 제공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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