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때 성장률로 돌아간다"…글로벌 확산하는 中 침체 공포
부동산 발 중국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따른 장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신규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실체를 갖춰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GDP가 3년 연속 5% 미만 성장에 그친다면 마오쩌둥 시대(1949~1959년) 이후 최초다.
바클레이즈도 같은 날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춘 4.5%로 조정했다. 내년 전망은 4.0%다. 일본 미쯔비시계열 MUFG 역시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4%대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걸로 봤지만 기존 5.5%에서 5.1%에서 상당폭 낮춰잡았다.
JP모건은 그간 중국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장 낙관론을 펼쳐 왔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내부적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대대적인 시각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은 작년 3.0% 성장을 기록했다"며 "올해와 내년에도 JP모건 등의 전망대로 4%대 성장에 그친다면 이는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첫 3년 연속 5% 미만 성장"이라고 해석했다.
IB들이 연이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손보는 건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악화일로를 보여서다. 전날 발표된 중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각각 전년 대비 2.5%,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4% 증가를 예상했던 글로벌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부동산 쇼크에 내수 침체가 겹치며 침체가 실체를 갖춰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이자 경제학자 지안창은 "소비와 주택, 수출 및 신용 지표가 실망스럽고 효과적인 부양책도 없다"며 "특히 주택시장 성장률 악화, 그 중에도 토지구매와 신규주택 착공의 감소는 큰 악재"라고 말했다. MUFG 역시 "경제지표 부진이 (전망 하향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부동산 섹터가 직면한 도전도 매우 크다"고 하향 전망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일은 점점 커지는데 백약이 무효인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전날 전격 금리인하를 통해 6050억위안(약 111조원)을 시장에 풀기로 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이미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별 효과가 없어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전국 7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주택가격 7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선전과 광저우 등 64개 도시에서 모두 하락했다. 신규 주택가격은 올 들어 꾸준히 낙폭을 줄이다 5월 +0.1%로 처음 늘었지만 6월 0.0%에 이어 7월 다시 마이너스에 접어들었다. 전날 발표된 1~7월 부동산 개발투자와 누적주택판매면적도 전년 동기 대비 8.5%, 6.5%씩 줄었다.
중국 정부가 보다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단편적인 지원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을 향해 더 과감한 경기부양 조치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에 시동을 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대대적 경기부양책의 효과 만큼이나 뒤따르는 부작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대응했던 만큼 이번 상황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대안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증시로도 우려가 전염되는 분위기다. 간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미국 은행권의 영업환경 악화에 따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을 비롯해 70곳이 넘는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은행주 급락을 야기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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