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책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는 합리적 정책 의사결정의 핵심 열쇠이자, 정책 혁신의 발판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결정된 정책은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천성산 고속철도와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 당시, 주변 습지와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법적 공방까지 펼쳐졌다. 터널 공사는 6개월 이상 중단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으나, 공사 이후 실제 도롱뇽 알 분포는 공사 전과 변화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지난 정부는 4대강 보가 수질과 수생태계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근거로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을 내렸고, 이는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방법으로 이루어졌음이 최근 감사원 공익 감사 결과 밝혀졌다. 그간 훌륭한 물 공급 시설인 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보를 통한 소수력 발전이 제한되는 등 경제적 손실도 컸다. 이에 8월 4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는 보 해체 결정을 취소한 바 있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전과 후 20년간 수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 수질 지표인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사업 이후 전체 어류의 종 다양성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7월 4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방류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 불안감을 덜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가정이나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하·폐수를 적정하게 처리하는 수처리 과정과 유사하게 접근해볼 수 있다. 하·폐수의 경우, 정부는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배출 기준을 정한다. 그리고 기업 등이 기준 이내로 처리해 방류하는지 방류수와 하천 등의 수질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특히, 1992년 구미 페놀 유출사고 이후 하·폐수 처리 기술이 더욱 고도화돼 최근에는 막(멤브레인)을 이용해 하수를 먹는 물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산업폐수 내 주요 오염물질인 페놀, 구리, 생태독성 등도 하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청정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과학적 안전성이 검증된 방류 기준에 따라서 적정하게 처리되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농도를 검사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사고 이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수산물 방사능 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은 한 건도 없었다. 정부는 이러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일본이 당초의 방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철저히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책 의사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국가 이익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이념과 구호에서 벗어나 정책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과학 기반의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때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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