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싸구려 입법, 싸구려 국회
21대 국회 시작 후 지난 15일까지 여야 의원들은 무려 2만139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22대 총선까진 아직 8개월이나 남았지만, 20대 국회 때 발의됐던 2만1594건에 근접했고 추세로 볼 때 이달 안으로 이 수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매일경제가 21대 국회 법안 발의 후 철회 건수가 가장 많은 의원을 집계한 결과 상위 10위 내 7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전체 국회 의석수 299석 가운데 56%인 168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으로 법안을 우르르 쏟아낸 결과로 해석됐다. 철회 건수가 가장 많아 '철회왕'에 오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다소 신중하지 못하게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철회 이유"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국회의원은 법안 발의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법안을 놓고 정쟁만 격화되다 보니 정말 밀도 있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민감한 규제 법안들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고 실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국회 통과 후 실행된 '타다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당시 여야가 택시기사들 눈치만 보다 과속 액셀을 밟은 끝에 기업은 기업대로 망하고 이용자 불편만 증폭시켰다. 3년7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지난 6월 타다에 대해 "합법적인 자동차 대여 서비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여야는 판결 직후 나름 반성과 해명을 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2, 제3의 타다 금지법이 또 쏟아질 게 뻔하다. 폭우로 무너지는 제방은 인간의 힘으로 예측하기 힘들지만 법안 남발로 무너지는 민생의 '둑'은 준비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 출발점이 국회 입법조사처가 준비하고 있는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됐으면 한다. 입법영향분석 제도는 법률안 발의 전에 입법안이 국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과학적으로 분석해 공개하는 제도다. 영국은 정부안과 의원안의 입법영향분석을 하고 있고, 미국은 법률안 제출 시 양원 합의 전에 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입법 실적에 눈먼 게 아니고 민생을 위한 입법기관이라면 지금 당장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호준 정치부 lee.hoj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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