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많이 보네" 따라봤더니…'박스오피스 조작' 무더기 송치

정세진 기자 2023. 8.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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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홍보 비용으로 구매한 티켓을 정식 발권한 티켓처럼 박스오피스에 등록해 온 영화계 관행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무더기 송치했다.

이후 배급사가 선구매한 티켓 중 관객이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티켓이 남는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급사가 먼저 사놓고 관람으로 이어지지 않은 티켓'을 영화관에서 정식 발권처리해 영화를 본 것처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입력해 왔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전산망에 허위 등록해주면 사용하지 않은 티켓값을 미리 지불했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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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 /사진=뉴스1


경찰이 홍보 비용으로 구매한 티켓을 정식 발권한 티켓처럼 박스오피스에 등록해 온 영화계 관행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무더기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영화 배급사(24곳) 관계자 69명을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실제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티켓을 영화를 본 것처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통합전산망(KOBIS) 에 등록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수상 대상에 오른 98개 배급사 중 2만건 이상 허위 발권한 사실이 확인된 24개 배급사를 송치했다. 경찰이 업계 첩보를 인지해 수사한 결과 이들 69명이 2018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박스오피스 순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시간대 전석 매진된 것처럼 영화 323편에 대해 허위 발권 정보 267만건을 입력한 혐의를 확인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홍보 마케팅예산의 불투명한 집행이 오랜 관행이었다고 말한다. 제작사들은 영화 제작 초기 단계에서 배우 출연료와 감독 연출로, 스태프 인건비 등 제작비에 더해 홍보 마케팅 비용, 이른바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을 책정한다. 대형 작품은 P&A 비용으로만 20억~30억원대 예산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P&A 비용의 세부항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금력 있는 배급사는 제작사와 협업해 초기 예산 계획과 집행 단계에서부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때 배급사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각종 시사회나 초대권 배포 등의 비용을 멀티플렉스3사와 협의하면서 선구매 방식으로 몇만장 단위의 티켓을 산다. 이렇게 구매한 티켓 비용은 P&A 예산에서 지출하고 영화관에 티켓 비용을 선결제한다.

배급사는 티켓을 시사회에 쓰거나 각종 초대권 등 '프로모션' 형태로 공급한다. 이후 배급사가 선구매한 티켓 중 관객이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티켓이 남는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급사가 먼저 사놓고 관람으로 이어지지 않은 티켓'을 영화관에서 정식 발권처리해 영화를 본 것처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입력해 왔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는 홍보비용으로 구매한 티켓과 일반 관람객이 실제로 관람한 티켓을 구분해 입력하지 않는다. 배급사가 자금력을 동원해 확보한 홍보용 티켓이 박스오피스 순위에 반영되는 셈이다.

티켓 수입은 배분비율(부율)이 정해져 있어 통상 영화관과 배급사가 5대5로 수익을 나눈다. 배급사는 티켓 수입 정산을 다시 합의된 비율로 제작사와 투자사와 나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전산망에 허위 등록해주면 사용하지 않은 티켓값을 미리 지불했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영화관 입장에선 '안 쓴 티켓'을 환불해주지 않아도 된다.

영화 업계에서는 흥행에 중요한 개봉초기나 흥행이 끝나가는 시점 또는 새벽녘에 관객들이 관람한 것처럼 전산에 등록해왔다. 개봉초기 관람객수는 흥행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앞서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영화 '비상선언' 등이 새벽 시간대 이른바 '유령 상영'을 통한 관객 수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배급사 측은 "심야 상영 이벤트를 앞두고 진행한 내부 테스트였다"며 뒤늦게 발권을 취소했다.

류호정 의원은 "당시에도 배급사 해명을 믿을 수 없었다"며 "진정성 있는 관객의 선택을 받은 영화가 자금력 있는 배급사에 의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밀리는 현재 업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어 영진위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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