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도 축전 보낸 NGO, '유엔 산하기구 사칭' 의혹

손영하 2023. 8.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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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라는 기구가 협약 없이 유엔 산하기구 행세를 하며 최근 3년간 44억 원을 기부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당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한국위는 기본협약 없이 유엔 해비타트 산하기구로 행세해 44억 원을 기부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는 설립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며 축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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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유엔기구 행세로 44억 기부받아"
NGO "산하기구 행세한 사실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1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에 보낸 축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라는 기구가 협약 없이 유엔 산하기구 행세를 하며 최근 3년간 44억 원을 기부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기구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설립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전도 보낸 단체다. 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의 인가가 필요하지 않은 독립적인 국가위원회로 산하기구 행세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당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한국위는 기본협약 없이 유엔 해비타트 산하기구로 행세해 44억 원을 기부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위는 1994년 설립된 시민단체 '한국 해비타트'와 별개 단체로, 2019년 9월 국회 사무처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됐다. 한국위는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국제기구 관계기관' '유엔 해비타트의 국가위원회'로 소개하고 있다.

하 의원은 해당 기관이 유엔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엔 해비타트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보낸 서신에서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 단체 또는 비정부 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며 "한국위에 유엔 해비타트 로고의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3월 한국위에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한국위는 "향후 공식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단체는 설립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며 축하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도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수석은 해당 단체 설립 직전인 2019년 6월까지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박 전 수석은 본보 통화에서 "날 타깃으로 한 뻔히 보이는 수작"이라며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한국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유엔 산하기구 또는 유엔 해비타트 소속 기관으로 행세한 사실이 없다"며 "유엔 해비타트의 인가 또는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독립적인 국가위원회"라고 반박했다. 또 유엔 해비타트와의 협력 과정에서 다수의 개별 협약을 체결했다며 "양 기관이 서로의 조직적 실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상호 협력해왔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포괄적인 업무협약이 부재한 데 대해선 "올 10월 업무협약 체결을 잠정 합의했다"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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