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을 세계 명소로…건물 뼈대 빼고 다 바꿉니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8. 16.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주요시설 시대맞춰 리모델링
스포츠 콤플렉스 가을 완공
서울올림픽 정신 세계 알려
경영 효율화·과감한 혁신으로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A'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올가을 완공을 앞둔 스포츠 콤플렉스 조감도 앞에서 올림픽공원의 세계적인 브랜드화 전략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처음으로 A등급을 받은 원동력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벌써 취임한 지 2년6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팬데믹 위기를 이겨내고 기금 조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유산 관리주체 행사, 스포츠 콤플렉스 건립 등 정말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 덕분에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A등급'이라는 상도 받았으니 힘은 들어도 정말 뿌듯합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에서 만난 조현재 이사장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발로 뛰는 이사장'이라는 별명답게 취임 초기부터 운동화를 신고 하루에 외부 일정 2~3건을 소화하는 조 이사장은 "프로스펙스 운동화가 인체공학적으로 잘돼 있다"며 "제가 다른 신발도 신어봤는데 이 제품이 제일 좋다"고 국산 브랜드 홍보까지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힘겨웠던 2021년 2월 취임한 조 이사장의 임기도 이제 6개월여 남았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떻게 이 난관들을 헤쳐왔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제가 2021년에 왔는데 990억원 이상 적자가 났고, 그 전인 2020년에도 994억원 적자였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오자마자 업무 파악으로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바로 움직여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한 조 이사장은 당시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국회로 향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를 위해서다. 조 이사장은 "당시 경륜·경정 선수는 700여 명, 가족까지 하면 2000여 명이 넘는데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10개월간 소득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한 뒤 "공단 적자 해소보다 수많은 사람의 미래가 달린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발로 뛴 간절함은 통했다. 불과 3개월 만인 5월에 법안이 통과됐고 8월에 온라인 구매가 시작됐다. 선수들의 소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런 노력 끝에 경륜·경정은 지난해 64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공단 역시 스포츠강좌이용권 확대, 스포츠기업 금융지원 강화 등으로 스포츠 참여를 회복시키고 지원기업의 성장을 끌어내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 혁신을 통해 2조300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기금 조성에 성공했다.

위기의 순간 솔선수범해 가장 먼저 발로 뛴 리더. 그의 노력은 지난 6월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A등급 획득으로 보상받았다. 공단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조 이사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 혁신 추진과 정부 공공기관 혁신계획의 선도적 추진, 그리고 준정부기관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조직 혁신을 단행한 노력을 인정받았다"며 웃었다.

빠른 상황 파악과 대처. 조 이사장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1983년 공직에 들어선 조 이사장은 이후 문화관광부 국제체육과장과 체육국장,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고 2013년에는 제1차관도 역임했다. 이 기간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렸고 깊게 관여했기에 공단 이사장 부임 직후 곧바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지난 2년여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지난해 공단이 126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올림픽유산 관리주체들을 서울에 모아 치른 행사다. 진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IOC에 '올림픽이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를 올림픽 관리주체들이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고 떠올린 조 이사장은 "상업화되고 있는 IOC도 이에 동의했고 이후 각 국가에 초청장을 직접 보내주는 등 거의 IOC와 공단이 공동 주최하다시피 행사가 진행됐다"고 돌아봤다.

다음달에 열릴 35주년 서울올림픽 기념식에서도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스포츠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을 고민한 조 이사장은 "스포츠 단체와 학계, 스포츠 정책 당국자 등 60여 개 기관이 '코리아 스포츠 ESG 얼라이언스'라는 의미를 담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진행한 모든 과제의 핵심에는 그의 경영 철학이 녹아 있다. '뼈대만 빼고 다 바꿔라'다. 조 이사장은 "덧붙이고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며 "본질은 지키면서 지금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3과'. 과감하고, 과도하게, 과격할 정도로 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가져야 확실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올가을 완공되는 '스포츠 콤플렉스'에도 그의 철학이 녹아 있다. 서울올림픽 당시 조직위원회가 있던 이곳은 35년 만에 그야말로 뼈대만 남기고 완전히 새롭게 지어졌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공단, 그리고 60여 개의 경기 단체가 다 함께 입주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핵심 기관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조 이사장은 "한국을 넘어 선진형 스포츠 정책으로 가는 새로운 전환의 계기로 삼는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서울올림픽 유산인 올림픽공원을 제대로 정비해나갈 계획을 하나하나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가 공단을 이끌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남짓. "올림픽공원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조 이사장은 "올림픽 정신, 스포츠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모범적인 공간으로 유지 관리해 전 세계 스포츠인들이 이곳을 '올림픽 성지'로 여기고 한 번씩은 찾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방향을 잡고 정체성을 새롭게 가다듬은 것이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면 그런 것들을 다음 분들도 꾸준하게 발전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조효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