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제도 왜 개편했나…금통위원들 "현 제도 신속 지원 어려워"

한국은행, 제14차 금통위 의사록 공개
"현행 제도, 유동성 확보 어려움 겪는 기관 지원에 한계"
대출담보범위 확대·비은행권 지원 등 고민 담겨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대출제도 개편 과정에서 “현행 대출제도는 유동성 확보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의 자금지원에 한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6일 한은이 공개한 ‘2023년 제14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을 계기로 디지털 뱅킹 환경 아래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7일 ‘대출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에 유동성 조달 여력을 확대했다. 대출적격담보증권 범위를 기존 국채와 통안채, 정부보증채, 신용증권, 주택저당증권(MBS), 특수은행채, 은행채 등에서 공사채, 지방채는 물론 적격 투자 등급(신용등급AA-이상)의 우량 회사채까지 넓혔다. 이뿐만 아니라 한은은 향후 은행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받아줄 계획임을 밝혔다. 은행의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을 적격 담보로 삼겠다는 것.

이같은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고민은 그대로 의사록에 담겼다. 위원들은 “한은의 대출적격담보증권 범위가 주요국에 비해 좁게 설정됐다”며 “향후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으로 주요국과 같이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자금조정대출 적용금리가 하향조정된 부분도 담겼다. 한은은 비상 자금이 필요한 은행에 자금조정대출이라는 이름으로 기준금리에 1%포인트의 가산금리로 대출을 해줬는데, 대출제도 개편 당시 가산금리를 0.5%포인트로 낮췄다. 위원들은 “은행에 대한 낙인효과를 줄이고 한국은행 대출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은행에 대한 상시 대출제도인 자금조정대출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좋겠다”며 “대출 적용금리를 현행 기준금리+100bp(1bp=0.01%포인트)에서 기준금리+50bp로 낮추고, 한 번에 최대 1개월 범위 내로 설정할 수 있었던 대출만기도 3개월까지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은행권 유동성 지원에 대한 고민도 의사록에 담겼다. 위원들은 “현 제도는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있다”며 “현행 한국은행법상 은행과 같이 상시 대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필요시 한은법 80조에 근거해 각 기관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위원들은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에 대한 대출시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는데 동의하면서 한은이 비은행권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해선 감독당국과 정보공유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실제로 한은은 대출제도 개편 방향 설명회에서 비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방침도 세웠다. 상호저축은행,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및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등으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법 80조에 근거해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해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