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 상반기 성적 '뒷걸음질'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8.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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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 주요기업 실적 분석
10곳 중 7곳 영업이익 줄어
업계 1위 안랩은 7% 감소
경영악화로 보안 투자부진
클라우드 등 신규보안 서비스
기업수요 몰려 실적개선 주목

지난 5년간 연평균 15%씩 고속 성장했던 정보보호(사이버 보안) 시장이 올해 들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나빠지며 기업들이 정보보호 분야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매일경제가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개 정보보호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살펴본 결과, 10곳 중 7곳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정보보호 1위 기업인 안랩(악성코드·백신 전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되레 7.6% 감소했다.

이스트소프트(악성코드), 이글루시큐리티(보안관제)와 상위 10곳에 들지 못한 파수(문서 보안), 라온시큐어(인증 보안) 등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는 부문은 대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정부인데, 세 부문 모두 경영 환경 악화로 정보보호 투자액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인 중견·중소기업은 생존 기로에 몰린 상황이어서 정보보호 분야 투자액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굵직굵직한 해킹 사건이 없었다는 점도 정보보호 투자에 대한 시급성을 감소시킨 요인이다.

올해 초 중국 해커가 우리말학회와 한국고고학회 등 12개 학회·연구소를 해킹했고, 국정원도 북한 해킹에 대한 경고를 연이어 발표했지만 업계에서 회자될 만한 큰 해킹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제해킹 조직 랩서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휴대폰 소스코드를 해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대형 해킹 사고가 조망되면서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LG·SK·포스코)은 모두 정보보호 투자액을 8~40%가량 대폭 늘린 바 있다.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대응이 강화되고 커다란 해킹 피해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일각에선 작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관계로 보안투자의 큰손인 정부가 지난해 상반기에 투자를 집중한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예산 집행 문제로 정부 투자액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올해에는 하반기 들어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소·중견기업 보안 투자액이 대폭 줄고 있어 보안업계 침체기가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기업 협력업체가 해킹 대비에 소홀해지면 협력업체(중견·중소업체) 시스템을 해킹해 대기업 정보기술(IT) 시스템에까지 침입하는 이른바 '공급망 공격'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전반적으로 정보보호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기업들은 클라우드 보안, 백신으로 탐지되지 않는 위협을 상시적으로 탐지하는 엔드포인트 보안(EDR)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다. EDR 솔루션 기업 지니언스가 대표적인 예다. 지니언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83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5%, 31.5% 증가했다. 윈스(방화벽·침입 방지 시스템 전문)도 클라우드 보안관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09억원으로 전년 동기(67억원)보다 무려 63%나 증가했다.

한편 국내 정보보호 산업 규모는 지난해 5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2017~2022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정보보호 산업 규모를 지금의 2배(10조원)까지 늘려 일본을 앞지른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정보보호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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