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거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투자
정부가 투자하면 어떤가
기상 문제도 정부가 나서야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긴축 살림 태세다. 이제 빠듯한 예산 제약하에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경제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경제학은 돈 버는 기술을 직접 알려주지 않지만,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기에 공무원시험에서도 단골 과목이다.
정부 역할이 꼭 필요한 영역은 민간에만 맡겼을 때 소홀하거나 부족해지는 부문이다. 국방, 치안, 안전, 사회기반시설 등 민간이 공급할 유인이 적은 공공재의 영역은 정부의 몫이다. 또한 교육, 과학, 복지, 보건, 환경, 문화 등 사회적 파급 유익이 큰 긍정적 외부성의 영역도 정부의 몫이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 지출의 특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제사업 투자 비중이 크고 사회적 보호 지출의 비중이 작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이나 연구개발 등 경제 부문의 투자자 역할을 많이 하고, 사회복지나 가족 관련 지출 등 사회 영역의 보호자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게 해온 것이다.
물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각 부문 연구개발 투자의 필요성만 고려하더라도 투자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닥친 초고령화, 기후위기, 감염병 위험 등 정부가 대응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사회적 난제들을 고려할 때 향후 정부 투자의 원칙과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한다. 앞으로 사회 영역의 위험은 기존의 빈곤이나 안전사고 문제를 넘어 노인 돌봄(65세 이상이 2023년 950만명, 2050년 1900만명), 기상이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사이버 보안 등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고 거대해진다. 이미 진행 또는 예정된 것이기에 선제적 투자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대처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둘째, 무분별한 신규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는 노후화로 인해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대한 보수개량 사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신규 시설만큼 치적이 되지 않더라도 이것이 사회적 위험을 줄이는 보호자로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해야 할 우선적인 역할이다.
셋째, 연구개발 투자는 초고령화와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같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인 영역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민간에서 더 잘 알고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까지 정부가 나서서 투자하면 중복 투자와 사중손실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국가전략산업 중 하나로 지목된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정부는 중등 영재부터 대학원 전문인력까지 양성하는 인력 생태계의 조성과 지역사회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문제 해결력을 실증하고 확산하는 사업의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이 적합할 것이다.
넷째, 경제적 투자자로서 정부 역할이 결국 사회적 보호자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낙상 골절 후 2년간 와병 환자로 사신 어머니를 돌보면서 환자의 위생과 존엄, 그리고 가족에게 도움이 될 로봇이 보급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센서로 작동한다는 변기 전환 침대는 상용화 단계라 하기에는 미완이고 고가이며 보급 준비도 덜 돼 보였고, 쓸 만한 건 욕창 방지용 자동 에어매트 정도였다. 한 예를 든 것뿐이지만, 이런 돌봄 노동의 수고를 덜어줄 제품이 인공지능, 기계공학, 의공학 등의 합작으로 개발돼 양산된다면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에 투자했다면 공적 시스템에 도입해 이용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돌봄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중단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정부는 구체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할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의 출제자 겸 후원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예산은 경제사업 투자인 동시에 사회적 보호 지출이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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