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여름휴가의 종말
폭염과 태풍이 할퀴고 간 것은 잼버리뿐이 아니다. 올여름 전 세계는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산불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날씨 탓에 여름휴가를 망친 사람도 많다.
미국 플로리다의 바닷물 온도가 30도를 넘어섰고, 이탈리아에서는 12개 이상의 도시에 극한 기상경보가 발령됐다. 그리스에서는 산불로 수천 명의 관광객이 대피해야 했고, 네덜란드의 음악축제 어웨이크닝스는 우박과 번개 때문에 취소됐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폭염을 이유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을 금지했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은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티켓 판매를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체험 프로그램을 줄이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나 차량에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여행사나 호텔도 많다.
무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여름휴가는 전 세계인의 오랜 '전통'이었지만, 기후변화는 여름휴가를 위협하고 있다.
여행 업계는 무더운 여름 대신 봄과 가을에 휴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대륙의 관광 산업은 온난화와 관계없이 성장하겠지만, 남유럽 대신 북유럽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중해 등 전통적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10%가량 줄고, 북해와 발트해로 여름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전문기관도 있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들은 숙박시설을 증설하는 등 늘어나는 관광객을 맞을 준비에 나섰고, 중국에서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여름에도 서늘한 산악지대에 대규모 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다.
항공권 예매나 주요 관광지에 몰리는 인파 등을 보면 여름휴가를 향한 열망은 여전하다. 아이들의 방학, 공장 작업 중단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더워도 여름휴가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한기후로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면 여름휴가에 대한 인식이 전환점을 맞을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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