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활동반자법 '동성혼 법제화' 넘어선 논의 필요

정유선 기자 2023. 8. 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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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서란이라는 작가가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성인 여성을 양자로 들인 사연을 책으로 출간하며 화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 단체 등 일각에서 내세우는 '생활동반자법=동성혼 제도 합법화' 프레임은 논의를 단순하고도 평면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법의 실질은 동성혼 제도 법제화"라며 더불어민주당 측에 이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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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최근 은서란이라는 작가가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성인 여성을 양자로 들인 사연을 책으로 출간하며 화제가 됐다.

이들은 마음이 맞아 5년간 함께 지내왔고 앞으로도 같이 살기로 약속했지만 동성인 이들이 서로에게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순 없었다.

은 작가는 몇 번 응급실 신세를 지면서 법적 보호자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이에 찾은 자구책 '친구 입양'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혈연·혼인·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한다. 이에 여러가지 사유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한 동거 가족이 사실상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음에도 법적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은 이러한 동거 가족들이 놓인 상황을 차별로 규정, 시정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 생활동반자 당사자들에게 동거 및 부양·협조의 의무, 일상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사회보험, 공공부조, 출산휴가, 가정폭력방지 등 제도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본다(2020년 여성가족부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내용을 토론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 단체 등 일각에서 내세우는 '생활동반자법=동성혼 제도 합법화' 프레임은 논의를 단순하고도 평면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동성 커플의 사례만을 부각해 본래 법이 지닌 취지가 흐려지는 것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밝힌 입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법의 실질은 동성혼 제도 법제화"라며 더불어민주당 측에 이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페미니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 교수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 장관을 향해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지난 6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성애 커플을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논쟁이 첨예한 사안이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생활동반자법은 그 외에도 적용 대상이 다양하고, 그만큼 그에 따른 쟁점도 많은 법안이다.

동성 커플이 아니더라도 은 작가의 사례처럼 친구 관계, 사실혼 관계, 그 밖에 서로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층 등의 복지혜택 및 법적권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그 외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기대 효과, 재산분할과 관련한 악용 우려 등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지점이 많다. '동성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은 작가는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 인터뷰 영상(씨리얼,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댓글을 통해 새로운 법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존재해 왔고, 이제는 외면하기 어려울 만큼 굉장히 많이 늘어났음에도 가족의 범주는 여전히 결혼과 혈연으로 묶인 집단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건 국가가 아닐까요?"

'동성애'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 '국민들의 경제적·정서적 안전망 강화'라는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다양화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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