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첫 '가족도' 60년 만에 日서 귀환

화가가 생전에 가장 아낀 그림
9월 덕수궁관 회고전서 공개

장욱진(임범택 작가 촬영)

작은 화폭에 가족의 모습을 평생 그렸던 화가 장욱진(사진)의 첫 '가족' 그림이 6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 그림은 최초의 정식 가족도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16일 국립현대미술관은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을 발굴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그림은 1964년 반도화랑에서 개최된 장욱진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판매된 후 구전으로만 알려진 작품이다. 오는 9월 14일부터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6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된다.

'가족'은 생전 30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생애 최초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작품값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줬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장욱진은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으로 1972년 '가족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를 다시 그렸다고 한다. 부인 고(故) 이순경 여사도 생전에 "조그마한 가족도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고, 큰딸 장경수도 부친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생전 1991년께 장욱진과 친분이 깊었던 김형국 전 서울대 교수도 이 그림을 찾으려 애썼으나 작품의 현존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일본 소장가의 낡은 벽장에서 찾아낸 장욱진의 첫 가족도. 국립현대미술관

하지만 회고전을 준비하던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소장가 시오자와 사다오(1911~2003)의 아들인 시오자와 슌이치 부부를 만나 일본 오사카 근교의 오래된 아틀리에를 방문했고,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그림을 직접 찾아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 작품을 전시 출품뿐 아니라 작가의 고국에 돌아와야 한다고 소장가 후손을 설득해 미술관 소장품 구매계약까지 끌어냈다.

이 그림 한가운데에는 작품 제작연도 '1955'와 장욱진의 서명(UCCHINCHANg)이 적혀 있다. 집 안에는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밖에는 나무가 좌우로 서 있고, 새 두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그의 가족도 중 아버지와 아이들만 그려진 것도 독특하다. 유족들은 이 작품의 액자 틀도 월북 조각가 박승구(1919~1995)가 조각했다고 전한다.

장남 장정순은 "대학생 때 반도화랑에서 시오자와 사다오 씨가 작품을 구매할 때 현장에 있었고 그의 명함도 받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열 살이던 막내딸 장윤미는 "혜화국민학교 합주단이었는데 아버지가 사준 그 바이올린으로 여러 곳에서 연주한 기억도 생생하다. 너무나 새롭고 감격스럽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