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소리 들리면 일반 모기…'말라리아 모기' 다른 점은?

정심교 기자 2023. 8. 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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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말라리아 감염세가 심상찮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누적 환자는 513명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누적 환자 수(211명)보다 2.4배에 달한다. 또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총 환자 수(294명)의 1.7배를 넘어섰다. 지난 3일, 질병관리청은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이런 말라리아 감염 확산세에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말라리아에 걸린 후 방치하면 비장이 커져 파열되거나,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기억 상실, 경련, 정신 분열 같은 이상 행동 등이 발생하거나 빈혈, 호흡곤란과 함께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 건수는 2020년 2억4500만 건, 2021년 2억4700만 건이 보고됐는데 각각 52만5000명, 61만9000명이 그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박세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들일 때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의 몸속으로 침입하며 말라리아를 유발한다"며 "원충 감염 여부를 떠나 얼룩날개모기 자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 세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흔하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들어온 말라리아 원충은 간에서 증식한 후 혈관으로 들어가 적혈구를 파괴한다. 이렇게 감염된 사람을 또 다른 얼룩날개모기가 물면 원충이 이동해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원충도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말라리아 원충은 동남아(원숭이열 말라리아), 아프리카(열대열·난형열 말라리아)의 원충과 다른 '삼일열 말라리아'로, 온대·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대다수는 국내에서, 극소수는 해외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에 물렸어도 일반 모기에 물린 줄 알고 방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세윤 교수는 "얼룩날개모기의 원충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이 모기에 물리면 다른 모기에 물렸을 때처럼 몸에서 히스타민을 분비해 가려움을 유발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물렸을 때 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됐는지 맨눈으로는 알 수 없어 일단 보이면 죽이거나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얼룩날개모기와 그 외 일반 모기의 차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벽에 붙어 휴식할 때의 자세다. 일반 모기는 벽면과 몸통이 수평을 이룬다. 반면 얼룩날개모기는 머리를 벽면에 가깝게 한 채 꽁지를 위로 힘껏 들어 올려 벽과 몸통 사이의 각도가 약 45도(40~50도)를 이룬다. 날아다닐 때의 소리도 다르다. 일반 모기는 "윙~"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데, 얼룩날개모기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얼룩날개모기는 전체적으로 흑색이며 날개에 흑·백색의 반점 무늬가 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춥고 떨리다가, 열이 나고, 이후 땀을 흘리다가 잠시 회복한다. 이런 증상을 48시간 간격으로 다시 반복하는 게 특징적 증상이다. 그 밖에도 두통·설사·구토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모기에 물린 직후 나타나지 않는다.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2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중증 말라리아에서 보이는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저혈당·젖산산증이, 임산부에게는 사산, 저체중아 출산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내에선 말라리아가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3년 다시 모습을 드러낸 후 휴전선을 따라 인천시, 경기 북부,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학계에서 이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당시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경기, 인천, 서울, 강원 순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최근 2년 이내에 이들 말라리아 위험지역(휴전선 인근 지역)에 거주·방문한 적 있거나 군 생활을 했고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있으면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신속 진단검사(RDT), 현미경 검사, 유전자 검출검사를 동시 실시해 말라리아 원충 또는 유전자 확인으로 진단한다. 말라리아로 확진되면 말라리아 치료제를 경구 투여하는 게 원칙이지만 중증 말라리아의 경우 주사제나 비경구 투여 방식으로 진행한다. 첫 3일간 클로로퀸을, 이후 14일간 프리마퀸을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세윤 교수는 "클로로퀸은 혈액 속 원충을 없애 증상을 없애고, 프리마퀸은 간에 잠복한 원충을 없애 재발을 막는다"며 "두 가지 약을 모두 써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라리아는 백신이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국내에서 얼룩날개모기는 4~10월, 일몰 직후부터 일출 직전에 왕성하게 활동한다. 낮에 나뭇잎 뒷면, 벤치 밑에 숨어있다가 해가 지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피를 빨아들인다. 따라서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해가 진 이후 야외활동은 자제한다. 야간에 밖에서 활동하려면 밝은색의 긴 옷을 입는 게 권장된다. 밤낚시처럼 장시간 밖에서 활동해야 하면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실내에선 방충망을 점검하며 모기장을 사용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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