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영아살해'···제주서 친딸 얼굴에 이불 덮어 살해·유기한 친모 구속

서귀포시, 영유아 예방접종 모니터링 중 수상함 발견
경찰조사에서 친부가 보호하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지속된 경찰 추궁에 결국 친딸 살해 및 유기 시인

[서울경제]

제주에서 태어난 지 100일 된 딸의 얼굴에 이불을 덮어 살해한 친모가 구속됐다.

제주경찰청은 친딸의 얼굴에 이불을 덮어 숨지게 한 친모 A(26)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15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23일 0시께 생후 3개월 된 딸 B양을 살해하고 같은 날 오전 7시께 숨진 B양을 포대기에 싼 채로 쇼핑백에 넣어 주거지 인근의 한 포구 테트라포드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서귀포시는 5월 필수 영유아 예방접종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2살짜리 B양이 장기간 검진을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서귀포시 조사에서 A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딸을 보호하고 있으며 6월께 친부가 딸을 데리고 제주에 오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양의 소재가 한 달이 넘도록 파악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귀포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A씨가 B양을 출산했을 당시 거주했던 주거지 임대인과 베이비시터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딸을 낳은 뒤 약 100일 동안 양육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황을 확인했다. B양은 출생신고는 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산 후 경제력 등 어려움을 겪다가 고의로 딸의 얼굴에 이불을 덮고 친척 집에 갔다가 돌아와보니 죽어있었다”며 “딸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쇼핑백에 넣어 인근 포구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거주지 임대료가 밀려 범행 이튿날인 12월24일까지 집을 비워야 했던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딸을 보호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모순된 진술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사실을 추궁하자 말을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B양의 시신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A씨가 딸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장소는 현재 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A씨가 B양의 친부로 지목한 남성은 현재 결혼한 상태로 대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은 경찰조사에서 “그 시기 사귄 것은 맞지만, A씨가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A씨 진술만으로 B양이 내 딸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할 때 조력자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는 한편,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