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모녀관계 전복이 주는 기묘한 쾌감[스경연예연구소]
현재 지니TV와 ENA의 월화극으로 방송 중인 ‘남남’은 가족극이면서도 또 가족극이 아니다.
분명 드라마의 구성은 가족극이다. 엄마가 등장하고 딸이 등장한다. 잘 모르는 사이지만 딸의 친부도 등장하고, 고모도 등장한다. 하지만 가족 하나하나의 가족애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나마 친한(?) 사이가 엄마와 딸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녀지간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흔한 모녀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또 가족극이 아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신념과 가치를 갖고 행동하며 그냥 같이 사는 것뿐이다. 번번이 상대와 나는 독립된 다른 사람임을 강조한다. 게다가 두 사람의 각각의 정의로 행동하며 그 배경에는 가정폭력이라는 낯익은 트라우마가 숨어있다.
‘남남’은 가족인 듯 아닌 듯 가족인 두 사람이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서로 안에 숨어있던 아주 조금의 가족애를 꺼내 이를 크게 키울 가능성을 엿보는 드라마다. 여기에 각종 사회문제와 범죄스릴러가 끼어든다. 가족극인 듯 아닌 듯 가족극인 작품이다.
‘남남’은 정영롱 작가가 2019부터 3년을 연재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웹툰 게재 당시에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었는데, 이는 워낙 발랄한(?) 엄마의 행동 때문이었다. 미혼모로 아이를 가져 장성할 정도로 키운 엄마 김은미는 공식적으로 결혼을 한 적이 없기에 미혼처럼 사는데 딸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자위행위에도 열심이다.
특히 이 자위행위 장면이 드라마에서 김은미 역 배우 전혜진을 통해 구현되면서 오는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대대손손 가족들이 다 보는 작품에서, 그것도 엄마의 배역이라는 사람이 자위행위를? ‘남남’은 이 장면에서부터 가족극이 가진 온갖 클리셰를 깨부수며 전진한다.
그런데 이 전진이 다소 불편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선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가족극과 관련해 오랫동안 진부한 틀 안에 놓여있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드라마 속 엄마 김은미는 물리치료사로 미혼 때 얻은 딸과 함께 사는 인물이다. 원래부터 성격도 철이 없지만 어린시절 받은 가정폭력의 여파로 가족이라는 인식의 틀을 믿지 않는다. 그는 딸과 함께 살지만 그저 같이 사는 것뿐, 오히려 딸에 얹혀사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욕망에도 솔직하다.
반면 딸 김진희(최수영)는 엄마가 갖지 않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 중 하나지만 이를 딛고 일어나, 많은 사람들을 돕겠다는 포부로 경찰이 됐고 가정의 안과 바깥에서 적극적으로 엄마를 보호하는 수호자 역을 자임한다. 하지만 엄마가 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늘 티격태격하지만, 또 필요할 때는 자매처럼 죽이 잘 맞는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의 전통적인 어머니상은 참고 참는 ‘인고’의 어머니상이거나 잔소리와 핍박, 차별의 DNA를 후대에 물려주는 표독한 모습 둘 중 하나였다. 이는 굳이 가족극의 장르를 꺼내지 않더라도 많은 장르의 작품에서도 비슷했다. 범죄물이라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녀를 찾기 위해 방황한다던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비정한 범인으로 변신한다는 등의 서사다.
하지만 ‘남남’은 일단 이러한 전형성에서 캐릭터를 꺼내 깨끗이 세탁을 한 느낌이다. 엄마이지만 책임감에서 자유롭고, 연애에 있어서는 딸을 견제할 만큼의 급진성도 갖고 있다. 보통 엄마가 보호자, 딸이 피보호자라는 틀에서도 벗어나 오히려 딸이 엄마를 돌보는 역전의 현상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워낙 보지 못했기에 오히려 쾌감이 들기까지 한다.
여기에 딸을 버린 친부라고 하면 비정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다정다감하기 이를 데 없는 박진홍(안재욱) 그리고 김진희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만드는 것 같지만 오히려 힘을 빼 모녀지간의 서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은재원(박성훈)의 캐릭터도 새롭다.
‘남남’의 껍질은 김은미의 자위행위 장면만큼이나 낯설지만, 결국 그 안에서 서로를 뜨겁게 껴안는 ‘인류애’의 발견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처음 1%대였던 시청률도 서서히 입소문을 타 종방을 한 주 앞둔 현시점 4% 중반, 5%대까지 상승했다.
‘남남’의 실험은 큰 풍파를 일으키며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가족극이라면 뻔한 서사를 강요하는 지금의 상황에 ‘이런 드라마도 있다’ ‘이런 드라마를 심지어 만들 수도 있다’는 다소의 가능성을 남길 수는 있을 것 같다. 가족극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변하는 것도 가족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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