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뇌관 터지나…"70년만의 최악 침체" 공포
블랙록도 비구이위안에 4700억원 물려
JP모건 등 주요 IB들 성장률 잇단 하향
금리 상승 압력…美도 딴세상 얘기 아냐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중국발(發) 경제 위기론이 심상치 않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이 잇따라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1950년대 마오쩌둥 집권기 이후 70년 만에 최악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中 3년 연속 4%대 성장 가능성”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6.4%에서 4.8%로 낮춰 잡았다. 내년은 4.2%까지 내렸다. JP모건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중국은 지난해 3.0%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게 된다. 이는 마오쩌둥 집권기(1949~1959년) 이후 70년 안팎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경제가 역사적인 장기 침체의 기로에 있다는 의미다.
JP모건뿐만 아니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4%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증권은 기존 5.5%에서 5.0%로 내렸다. 스탠더드차타드(5.4%), UBS(5.2%) 등 일부 기관들은 이전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중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위기론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매출액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은 지난 6일자로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의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 채권의 만기는 2026년 2월과 2030년 8월이다. 상환 유예 기간은 30일이다. 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다. 만약 갚는다고 해도 올해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는 다음달 9000만달러, 오는 10월 1억3000만달러 등 총 2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더 나아가 올해 13억달러, 내년 23억달러, 2025년 52억달러, 2026년 46억달러 등 대다수 채권의 만기가 몇 년 안으로 예정돼 있어, 디폴트 우려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하이빈 주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비구이위안의 이자 미지급은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중국 금융 부문에 대한 파급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굴지의 금융기관들과 여기에 돈을 넣은 수십만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이 최종 디폴트를 선언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보유한 비구이위안 채권은 3억5190만달러(약 4700억원)에 이른다. HSBC(3억4360만달러), 알리안츠(3억100만달러), 피델리티(1억8700만달러), UBS(1억3370만달러), JP모건(1억1600만달러) 역시 거액이 물려 있다.
골드만삭스가 이날 낸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10거래일 중 8거래일간 중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거래일간 이어진 순매도 규모 중 가장 큰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전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한 고위인사는 “시장은 중국이 당국 지원 하에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면서도 “개발업체들이 역내와 역외 채무 모두 디폴트를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난다면 시장이 당국 정책을 믿지 못하는 통제 불능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지금은 일말의 가능성 정도로 여겨지는, 이른바 중국판 리먼 사태 시나리오다.
亞 증시 모두 하락…美도 영향권
이에 금융시장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게 그 방증이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2% 하락 마감했다. 호주 ASX(-1.50%), 일본 닛케이(-1.46%), 한국 코스피(-1.76%) 등의 하락 폭은 중화권 증시보다 더 컸다.
미국도 중국 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인 자금이 중국을 떠나면서 위안화 약세가 길어지면 중국 당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화를 채워넣는 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국채가격 하락세)를 자극할 수 있는 탓이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인 4.219%를 기록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높은 금리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의 위험 요소”라고 말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미국 10년물 국채는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국가는 중국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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