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노 메달 수모는 이제 없다
한국 배드민턴은 오는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국이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겪은 노메달의 수모를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 배드민턴은 올해 침체기에서 벗어나면서 훨훨 날고 있다. 이달 초 호주 오픈까지 21개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23개와 은메달 17개, 동메달 23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때 7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이 2위로 올라서면서 옛 위용을 되찾았다. 그 자신감은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잘 드러났다.
김학균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52)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메달 개수를 말한 적은 없지만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녀 단체전(2개)과 남·녀 단식(2개), 남·녀 복식(2개), 혼합복식(1개)까지 7개 전종목에서 최소 동메달 이상은 노리겠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먼저 시작되는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이 나면 개인전도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저우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간판스타 안세영(21·삼성생명)이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방수현(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끊어진 단식 금맥을 이어줄 희망이다.
안세영은 올해 국제대회에서만 7번 정상에 올랐는데,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타이쯔잉(대만), 천위페이(중국) 등과 4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안세영이 자신의 천적으로 불리는 천위페이를 상대로 금빛 설욕에 성공할지가 관심사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32강에서 패배한 아픔이 있다. 그러나 올해 기세라면 두려움 없다. 천위페이를 상대로 2022년까지 겨우 1승(8패)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는 4승(2패)이나 올렸다.
안세영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배드민턴 선수로 조금 부족했다면, 이젠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가 됐다. 세계랭킹 1위답게 보여주겠다. 천위페이 고향이 항저우라지만 장소에 상관없에 내가 하고 싶은 배드민턴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과거엔 빅4와 붙을 때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끌고가는 경기를 하더라”고 호평했다.
여자 복식도 금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열려있다.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과 공희용(전북은행)이 전영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가운데 백하나(MG새마을금고)와 이소희(인천국제공항)까지 호흡을 맞춘지 1년도 안 지난 상황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왔다. 김소영-공희용 조는 복식랭킹 3위, 백하나-이소희 조는 바로 위인 2위다. 여자 복식을 담당하는 이경원 코치가 “아시안게임 목표는 우리 선수들끼리 금메달을 다투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호주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서승재와 강민혁(이상 삼성생명)의 남자 복식 역시 금빛 희망을 끌어올린 것은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이달 세계랭킹을 9위에서 6위로 끌어 올렸다. 한동성 남자복식 코치는 “여자 선수들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용대 선수가 있었을 때만큼의 성적을 내며 잘 버티고 있다”면서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날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배드민턴 대표팀 등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에 매진하는 국가대표 후배들을 격려했다. 장 차관은 “국가대표로 선수촌 생활을 직접 해본 만큼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사항을 더 꼼꼼히 챙기겠다”면서 “선수들은 국민들이 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천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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