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 못할 것 없어 … 권리 따른 책임 반드시 반영"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8. 16. 16: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담
대담=이호승 사회부장

◆ 매경이 만난 사람 ◆

"사교육 카르텔과 교권 침해는 언뜻 보면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공교육 신뢰 저하라는 하나의 악순환의 고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매일경제와 가진 대담에서 "교권 회복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부조리들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이라며 공교육 정상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한번 교육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경력직' 장관으로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통합)과 늘봄학교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교권 침해 실태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교권 회복으로부터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의 3주체를 모두 존중하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운동을 진행하는 것도 유효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논쟁이 있지만 학생인권조례가 그 시작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은 상대적으로 추락했다. 민원 문제 역시 학부모 입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학생인권과 교권 간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 것도 같은 이유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세 주체 간 권한과 책무를 보다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교사의 죽음이 있었고, 많은 교사가 폭염 속에도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상황으로 진행됐다.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작년 말 교장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생활지도 권한을 부여하도록 법령이 개정됐기 때문에 교사 생활지도 고시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2학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신 만큼 일정을 당겨서 발표할 예정이다. 고시에는 생활지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긴다. 그간 학생들에게 무제한적인 권한이 부여되면서 교육활동과 충돌했던 부분을 바로잡을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학생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고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울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내용을 포함하면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초·중·고교 일반 교사 외에 특수교육 교사나 유치원 교사의 교권 침해도 심각하다.

▷최근 유명 웹툰작가의 특수교육 교사 신고가 이슈가 된 바 있다. 특수교육 교사에 대한 맞춤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도 담을 예정이다. 유치원 교사도 교권 침해를 많이 당하고 있는 만큼 교권 회복에 대한 열망이 크다. 현재 유아교육법에는 원장이나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근거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별도의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관련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도 추진하는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합의가 있었던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고시를 개정하면서 '교권 회복 방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생부 기록을 위해서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한데 종합대책을 통해 이 같은 입법 사항을 최종적으로 제안할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학업을 사실상 포기한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해외의 경우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는 등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이러한 추가적 조치를 조례에 담을지 혹은 학교마다 학칙에 반영하도록 할지 이번 고시를 통해 정리할 예정이다. 고시에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으면 오히려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행동강령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권한과 책무가 조화롭게 존중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운동을 진행하는 것도 유효할 듯하다. 거리에 나온 교사들의 에너지를 학교 문화를 바꾸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부 차원에서 이 같은 새로운 학교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준비 중인가.

▷그렇지 않다. 관 주도가 아니라 학교 일선에서 교육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교육부는 이 같은 움직임이 생겨난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지역도 나올지.

▷폐지하자는 분도 있고 개정하자는 분도 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폐지와 개정을 다 염두에 둔 것이다. 폐지하고 다른 조례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폐지는 안 된다고 할 것도 없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생인권도 중요하고 학부모의 권리도 존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대학 재정난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작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을 통해 초·중등 예산을 1조5000억원 가져오면서 재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더 큰 현안은 구조개혁이다. 대학의 변화가 시작됐고 사립대학구조개선법도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법 개정이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는데 9월 중에라도 통과되면 지방대 구조개혁이 본격화될 것이다.

―내년 총선 출마 의사는 없는지.

▷2025년까지는 (교육부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보통합부터 대학의 변화까지 전방위적인 교육개혁이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또 2025년부터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교과서 개발이 중요한 게 아니고 교사들의 연수가 중요하다.

윗분 마음이기는 하다.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웃음).

이주호 부총리

△1961년 대구광역시 출생 △1979년 청구고 졸업 △1983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 △1985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1991년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 △2010~2013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14~2018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위원장 △2019~2021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2022년~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문가영 기자 정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