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 사망’ SPC 샤니 공장으로 간 국회의원들…“경보음 안 울렸다”
지난 8일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 공장에서 노동자가 끼임 사고를 당했을 때 해당 기계에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순서대로 진행해야 할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SPL 제빵공장 사고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이 약속한 안전 예산 1000억원도 집행이 더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6일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을 찾아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재해 현장을 시찰했다. 지난 8일 이 공장에서는 치즈케이크 생산 작업을 하던 A씨(55)가 분할기(반죽기) 볼트를 조절하다가 위에서 하강하는 배합 볼(bowl)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 작업자가 A씨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기 작동 버튼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지난 10일 숨졌다.
환노위원들은 시찰 결과 사고가 난 볼이 상승·하강할 때 울려야 할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보음이 울렸다면 A씨가 반죽기 볼이 내려오는 것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사고 직후 기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경보장치 미작동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단순 고장인지 장치를 꺼 둔 것인지는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사측이 시연한 다른 기계들에서는 경보음이 제대로 났다고 환노위원들은 밝혔다.
볼트를 조이는 일과 볼을 내려놓는 작업을 동시에 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배합볼이 다시 (위로) 빠진 상태에서 차례대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동시에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고가 난 기계는 볼이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0초로 다른 기계(약 40초)보다 빠르기도 했다.
환노위원들은 지난해 10월 또 다른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허 회장이 약속한 1000억원의 안전관리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샤니에는 180억원이 배정됐는데 샤니 측은 현재까지 이 중 46억원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샤니 측은 환노위원들에게 “나머지 예산도 조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환노위원들은 지난 11일 샤니 측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의 현장 방문을 가로막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 및 사측과 사전 협의가 완료됐는데도 사측이 직원들을 동원해 조사를 막았다고 했다.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는 16일 현장에서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 대표는 “임직원 일동은 사고를 수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유족 뜻에 따라 장례를 치르는 데 만전을 기했다”며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노동부와 경찰 등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샤니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PC와 허 회장은 사고 현장과 관련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1000억원 안전투자 등 재발 방지 약속의 이행사항을 공개하라”며 “경찰은 작업자 부주의라는 예단을 버리고 반복되는 SPC 계열사 끼임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진상을 밝히고, 노동부는 SPC와 샤니의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정히 수사하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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