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이사장 해임안 부결에 집단퇴장… "민주주의부터 배워라" 반발

윤수현 기자 2023. 8. 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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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완수 이사장에 자진 사퇴 권유 의견 나와
해임안 부결되자 집단 퇴장 상임이사… "상식적 행동 아니야" 비판 쏟아져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임명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3인이 표완수 이사장 해임을 시도했으나 비상임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수 비상임이사는 표 이사장 해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상임이사들은 표 이사장 해임이 뜻대로 되지 않자 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이사들은 상임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안건을 처리했다. 이를 두고 “상식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언론재단은 16일 오전 11시 30분 이사회를 열고 표완수 이사장 해임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이 안건은 상임이사 3인(조선일보 출신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연합뉴스 출신 유병철 경영본부장, 중앙일보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이 제안한 것이다. 언론재단 이사회 구성원은 총 9인(이사장·본부장 3인·비상임이사 5인)으로, 재적 이사 과반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투표는 거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임이사 3인과 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추승호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가 해임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방송협회는 반대표를 던졌으며,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신문협회는 기권했다. 표완수 이사장은 안건에서 배제됐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 불참해 '기권'으로 처리됐다. 통상 비상임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대리인이 출석하지만, 신문협회에선 아무도 오지 않았다. 표 이사장 해임에 반대의 뜻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웅 한국언론학회장(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표완수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했고, 표 이사장은 자진 사퇴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학회장은 자진 사퇴 권유와는 별개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학회장은 표결에 들어가기 전 '해임에 동참한다면 불명예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진 사퇴를 권유한 이유에 대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표 이사장의 지도력이 근본적으로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사퇴를 권유했다), 현재 사실상 제대로 된 재단 운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단 직원들을 위해 사퇴할 것을 요청했다. (자진 사퇴 권유는) 개인적 생각도 있지만 학회 내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이사회 전 비상임이사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정부광고 지표 조작 논란 관련 고발과 리더십 와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 결과와 수사의뢰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상임이사들은 이사회 현장에서 비상임이사들에게 '해임 건의 사유서'를 배포해 이사장 해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유서에서 “재단을 외풍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이사장이 비리에 연루되어 사실상 리더십이 와해된 상황”이라며 열독률 조사는 “통계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보조금 사업의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특별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표완수 이사장 해임 안건이 부결되자 상임이사들은 일제히 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법인회계 예비비 사용(안)'은 상임이사 없이 의결됐다. 이 안건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 지급에 대한 내용이었다. 언론재단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성과급은 임원 기준 지난해 연봉의 24%, 직원 기준 월봉의 40%다.

상임이사들이 안건을 남겨놓고 회의장을 떠나자 비상임이사들은 '이게 뭐하는 것이냐', '안건이 남아 있는데 표결 결과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퇴장할 수 있는가. 이게 더 큰 문제다', '민주주의부터 제대로 배워야 겠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노동조합이 이사회 회의장 앞에 설치한 화환. 사진=독자 제공.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미디어오늘에 “사실 상임이사들이 이사회 중간 한꺼번에 퇴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면서 “(내부에서도)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사들이 퇴장하는 순간 어떤 언행을 했는지 파악해볼 것”이라고 했다. 노동조합은 표 이사장 해임 안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대응이 바뀔 건 없다. 사측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상임이사들의 민간단체 지원사업 수사 의뢰 철회 △정부광고 지표 관련 자료 유출자 색출 △이사장 해임 추진 사유 공개 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16일 출근 시간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한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 앞에는 언론재단 노동조합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화환에는 “직원 수사 의뢰 즉시 철회하라”, “재단 주인은 임원이 아니다”, “막장 경영을 당장 멈춰라”는 문구가 있었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원 94.7%는 이사장 해임 시도가 합당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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