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교통사고 위장' 육군 부사관, 혐의 전면 부인

부사관 측 변호인 “교통사고는 과실로 일어나, 살인죄 아냐”
피해자 측 “의심가는 점 많아, 재판 과정서 모두 밝혀져야”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아내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부사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6일 강원 춘천 제3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절차에서 살인,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를 받는 A씨(47)의 변호인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 측은 “이번 재판의 경우 몇가지 쟁점 사안이 있어 재판과정에서 다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교통사고는 과실로 일어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살인죄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범행 당시 A씨에게 총 2억9000만원에 이르는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2020년 ‘군 간부 전세금 대출’로 7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12월까지 누적된 지연이자는 997만원에 달한다. 다른 채무와 관련해서도 A씨는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가계부채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내 B씨(41)는 지난 3월7일 A씨에게 ‘자녀 학원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면서 은행 아이디와 비번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날 밤 B씨는 다수의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계좌의 잔액이 없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 3월8일 새벽 말다툼 끝에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군 검찰은 봤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기존의 공소사실에 더해 택일적 공소사실로서 A씨가 B씨를 목을 졸라 의식을 잃은 것을 사망한 것으로 착각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B씨의 동생과 자녀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A씨측 변호인은 “아들이 아직 어리고 상심이 큰 상황이서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A씨 측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했으며, B씨 측에도 살인에 대한 증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남동생이 B씨의 사진을 들고 방청했다. 법원은 이를 제지하진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B씨 측의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서 자녀들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어 재판 증인으로 참석해야한다”며 “현재 A씨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기간에 수많은 채무가 왜 생겼으며, 교통사고 당시 진술을 번복 한 점 등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재판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B씨측 남동생은 “(A씨가) 오늘도 얼굴을 비추지 않고, 뒤에 숨어있다. 억울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면서 “억울하면 누명을 벗을려고 해야하는데 점점 더 뒤로 숨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아이들이 있고, 가족끼리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A씨의 행동은 자기 부인을 잃은 남편으로 절대 보이지 않는다. 절대 용서를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9월 15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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