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좋은 미국·침체 빠진 중국···세계경제엔 모두 ‘악재’?
미국과 중국의 엇갈리는 경기 흐름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겹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고금리 속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력을 보여주면서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국은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주변국에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은 미국·경기가 나쁜 중국’ 모두 주변국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인데, 세계 경제가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16일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선을 넘어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발 불안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수출과 내수 모두 급격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된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를 통해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잇따른 채무불이행 우려는 중국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부동산 관련 업종의 비중은 25%에 달한다. 지난해 가계자산의 59%, 대출의 20%를 부동산 관련이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이 중국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보고서는 “부동산이 여전히 성장의 주요 원동력인 상황에서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부동산세 도입 등 구조개혁까지 지연되면서 사회불만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 우려는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 환율에도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들어 한국의 무역수지나 수출은 전체적으로 바닥을 다지고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국 무역수지만큼은 7월에도 12억7000만달러 적자, 대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40.8%에 달했다. 중국 청년실업률이 지난 6월 사상최고치(21.3%)를 찍는 등 당분간 경기부진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여 대중국 수출 감소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 가치에 동반해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 위안화 약세가 가팔라지면 원화 가치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원화는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역외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현재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7월 소매 판매 실적은 전월 대비 0.7% 상승해 시장 전망(0.4%)을 뛰어넘었는데, 이는 미국 소비가 고금리 시기에도 강하게 살아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양호한 소비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다는 의미여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길게 끌고갈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불안, 미국의 강한 경제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면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3.20을 기록해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달 전 99.84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달러화 가치는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 불황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금리인하와 미세적인 재정부양책만으로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면서 “중국 경제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높고, 하반기 국내 경기의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공산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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