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춘 독일차, 독주 재시동 [마켓인사이트]
내수경기 침체 속에 아우디·BMW·벤츠 점유율이 70.9%에 이를 만큼 수입차 진영 내 ‘독일계’ 파워가 재차 오르고 있다. 판매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할인 정책을 앞다투어 내놓는 등 ‘가격 인하’를 통한 수요몰이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 ‘독일계 왕창 깎아 드립니다’
예컨대 벤츠의 경우 올해 하반기 풀체인지 될 E클래스의 10세대 모델 대상으로 290만~13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E250’과 ‘E350 가솔린’ 모델부터 시작해 고성능 모델인 ‘E450 E 53 4매틱+’로 ‘라인 스텝’이 오르면 오를수록 ‘할인폭’도 동반 상승한다.
이에 디젤 사륜구동 모델인 E220d 4매틱 익스클루시브의 한국 공식 가격은 8230만원이지만 실제 영업일선 판매가는 7400만원 이하까지 내려 앉았다.
BMW도 ‘수요 견인’에 전사적으로 뛰어들어 ‘5시리즈’ 인기 모델에 큰통 할인을 더한지 오래다. 일례로 ‘520i 럭셔리’는 ‘980만원’까지 깍아 5600만원대까지 낮춰 ‘제네시스 G80’과 저울질을 해언 잠재적 준대형 럭셔리 세단 수요에 전면 대응했다. ‘X5’와 ‘X6’ 2023년형도 1600만원 가량 할인해 벤츠에 맞서 가격을 끌어내렸다.
폭스바겐, 아우디도 콧대를 낮췄다.
2023년형 아테온 2.0 TDI 프레스티지는 사양에 따라 1100만~1300만원 삭감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행보다. ‘투아렉’도 3.0 TDI 프리미엄에 ‘1600만원’ 넘는 할인폭을 더했고 베스트셀링카인 ‘티구안’ 가솔린에서도 ‘500만원’을 삭감했다. 9500만원대로 판매해온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엔 ‘1600만원’ 할인이 적용돼 판매 중이다. 여느 경차 한대값을 빼주는 셈이다.
■ ‘이 때다 사자’ 수요 우상향
이처럼 독일계 삼총사들이 경쟁하듯 가격을 내린 결과, 지난 7월까지 독일차 누적 판매는 올해 10만7608대로, 국내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을 70.9%로 높였다.
예상대로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도 ‘BMW 5 시리즈’가 올해 1만4029대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 같은 기간 상위 10위권 중 일본계인 ‘렉서스 ES’를 제외하고 모든 순위를 독일 브랜드가 차지했다. BMW코리아는 올해 10월, 5시리즈 신형 모델을 들여올 예정이다.
특히 ‘아우디’ 성장세가 돋보였다. 아우디코리아는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1만1140대를 판매했다. 단연 ‘A6’가 효자였다. A6의 올해 판매량은 5134대로, 수입차 시장 내 단일 모델 기준 ‘판매 4위’까지 올랐다.
BMW는 같은 기간 총 4만4037대를 팔아 ‘수입차 메이커 1위’에도 올랐다. ‘맏형 포지션’에 밀린 메르세데스-벤츠는 2위로 앉았다.
이 같은 우위 흐름은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파괴’ 전략이 경쟁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와 BMW, 폭스바겐, 아우디가 천만원 단위로 가격을 내리는 것은 한정된 모델이나, 방향성을 국산차 진영이 유념해야 한다”며 “수입차가 지금보다 평균 15% 더 내린다면 국산차와 가격 갭차는 없어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어 주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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