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하루 앞둔 이재명, 진술서 선공개…이번에도 ‘모르쇠’ 전략 쓸 듯
법조계 “대장동 때처럼 진술 거부 포석”
만반 준비하는 검찰 “혐의 입증 자신”
이른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대표가 검찰 진술서를 선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자신의 혐의를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1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조사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르쇠’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진술서 선공개는 이 대표가 대장동 조사 때도 썼던 방식이다. 당시 그는 진술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한 뒤 검찰 앞에선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가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검찰은 기소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을 재판부를 고려해 질문을 최대한 상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용도변경, 박근혜 정부 지시였다” 진술서 공개한 이재명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 요약본에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 사항이었다”, “당시 성남시는 개발이익 대부분을 환수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킬 의무가 없었다”는 등의 주장이 담겨있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고 이 대표가 최종 결정권자였다고 본다.
쟁점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검찰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가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의 특혜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이 있었고, 혜택은 한국식품연구원이 봤다”는 입장이다.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두 개의 문건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4년 3월 회의 자료와 같은 해 5월 회의 결과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인데, 여기에는 정부가 부지의 용도 변경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사업 계획과 달리 성남도개공이 사업에서 배제되면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가 돌아갔다는 의혹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바람에 민간업자들이 3000억원 넘는 분양 이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대표는 공개된 검찰 진술서를 통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도개공은 (애초에) 사업 참여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그 외에도 건설사가 아파트 두세 채를 더 지을 수 있도록 높이 50m의 초대형 옹벽을 세우는 것을 승인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재명의 ‘모르쇠’ 전략? 대장동·성남FC 조사 때도 이랬다
이 대표가 검찰 진술서를 선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월 28일 대장동 의혹 관련 조사 당일 A4용지 33페이지 분량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그 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말을 밤 10시까지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을 때도 진술서를 선공개하고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진술서는 진술 거부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이 대표가 이번에도 역시 검찰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모르쇠’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진술서나 자료까지 공개했다고 해서 검찰의 조사 방침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진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가 또 다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답변으로 적을 만한 내용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검찰은 의심되는 부분을 충분히 물어보고 소명의 기회를 줬지만 이 대표가 답변을 제대로 안 했다는 점을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해 질문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번 조사를 앞두고 200여쪽의 질문지를 만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백현동 인허가 과정에서 이 대표의 역할 등 전반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도 ‘티타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검찰 조사를 받는 거물급 정치인들은 예우 차원에서 검찰과 티타임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대표는 앞선 세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티타임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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