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치여 현장 갈 틈이 없다”… LH 자체 감리 현장 80%가 ‘인원 부족’
“하루 종일 서류에 치이느라 현장에 가볼 틈이 없다.”
20년 이상 건축사무소에서 감리 업무를 해온 A씨는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비롯해 각종 ‘부실 공사’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감리인력 부족’을 꼽았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에서 더 심해진다고 했다.
안그래도 전문성을 가진 감리 인력이 부족한데, LH에서 요구하는 서류도 워낙 많다보니 현장 업무를 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A씨는 “20동이 넘는 공사를 하면 건축감리만 최소 7~8명은 필요한데, 감리단장이나 공무 인력을 제외하고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인력은 4명도 채 안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도 좋지 않다보니 전문 인력 양성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LH가 자체 감리한 단지 조성공사 및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10곳 중 8곳은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보다 적게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는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건설의 전 과정을 아우르며 소비자의 눈으로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은 현장에 배치된 공사감독 인원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공사의 품질 점검 및 현장 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공사감독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공사감독 적정 인원은 감리 직급에 따라 환산 비율이 다르다.
LH 자체 감리 현장 104곳에 필요한 총인원은 920명이었지만 정작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566명이었다. 의무 인력의 61.6%만 채웠다는 의미다.
시흥장현 A-3BL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적정 감독자 배치 인원은 18.90명이었지만, 실제로 배치된 감독자는 4.25명에 불과했다. 필수 인원의 4분의 1도 못채운 것이다. 남양주별내 A1-1BL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2.90명만 배치됐다.
LH는 지난달 말 LH가 발표한 ‘철근 누락’ 아파트 건설현장 15곳 중 5곳에 대해 자체 감리를 맡았는데, 이중 4곳에서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서역세권 A3BL은 감독자 배치기준에 따라 9.40명이 배치됐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7.20명만 배치됐다. 수원당수A-3BL 2공구는 4.94명(배치기준 8.30명), 광주선운2 A-2BL는 5.26명(8.90명), 양산사송 A-2BL 6공구는 5.28명(9.10명)이 배치되는데 그쳤다.
LH 관계자는 “2019년 7월 건설기준진흥법 개정으로 감독인원의 현장배치가 의무화된 이후 발주된 현장에서는 인력배치 기준을 100% 충족하고 있다”면서 “개정 이전에 발주된 인력 미충족 현장들에 대해서는 외부감리 전환, 건설기술자 추가 채용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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