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용 혈관줄은 생명줄…환자 혈관 활용법 끝까지 고민한다"

이지현 2023. 8. 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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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 - 송단 순천향대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
오랜 기간 혈액 투석 필요할 때
'동정맥루 수술'로 투석 통로 확보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구원줄'
당뇨·고혈압 관리하고 운동 실천
'단짠' 음식 피해야 신장질환 예방

“혈액 투석이 필요한 신장 질환자에게 투석용 혈관 줄은 생명줄입니다. 환자 혈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지 등에 대해 끝까지 고민해야 하죠.”

송단 순천향대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사진)는 “의사에게 ‘혈액 투석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너무 실망하지 말고 최대한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자기 혈관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 교수와 순천향대서울병원 혈관센터는 오랜 기간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투석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오랜 투석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환자들에겐 ‘최후의 보루’로 통한다. 송 교수를 통해 혈관 투석 환자들이 받는 동정맥루 수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만성신장질환자가 혈액 투석을 받으려면 어떤 수술이 필요한가.

“동맥압을 통해 인공신장에 혈액을 보내주면 필터링을 거쳐 핏속 노폐물 등을 거른 뒤 다시 혈관으로 넣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투석 때마다 동맥을 매번 찌를 수는 없다. 동맥은 몸속 깊은 곳에 있는 데다 막히면 혈액 순환이 완전히 막힐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이 때문에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정맥을 동맥화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대개 팔 쪽에 있는 혈관을 활용한다. 이후 해당 정맥에 투석용 바늘을 찌르는 것이다. 이런 수술을 동정맥루 수술이라고 한다.”

▷어떤 혈관을 활용하나.

“투석용 바늘 두께가 2.5㎜정도다. 바늘이 들어가려면 혈관이 직경 4㎜정도는 돼야 한다. 환자 팔에 있는 정맥 혈관을 많이 활용한다. 혈관이 너무 깊게 있으면 투석 치료를 하는 게 어렵다. 표피에 있는 혈관이 잘 늘어나는 데다 우회로가 있어서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자 혈관을 활용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이때는 고어텍스 성분의 합성 실로 만들어진 인조 혈관을 피부 아래에 이식한다. 환자 혈관을 활용한 수술은 만든 뒤 4~8주 정도 기다려본다. 이후 혈관이 잘 늘어났다고 판단하면 천자(침을 찔러 체액 등을 뽑아내는 것)를 시작한다. 인공혈관은 3~6주 정도 지나면 천자할 수 있다.”

▷환자 혈관을 쓸 때와 인조 혈관을 쓸 때의 차이가 있다.

“환자 혈관은 환자 몸속에 있던 혈관을 활용하기 때문에 한 번 만들면 평생 쓰는 사례가 많다. 다만 이렇게 만든 혈관을 투석 혈관으로 활용하는 성공률이 절반 정도다. 인조 혈관은 이런 성공률이 100%다. 다만 쉽게 좁아질 수 있어서 1년에 한 차례 정도는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환자 혈관을 활용해 만드는 게 원칙이다. 환자 혈관으로 만드는 게 어려울 때 인조 혈관을 쓴다.”

▷동맥은 혈관 벽도 두껍고 높은 압력을 견뎌내야 한다. 정맥과는 성질이 다른데 부작용은 없나.

“정맥이 동맥압에 반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압력을 견디기 위해 늘어나는 거다. 또 다른 방법은 두꺼워지는 것이다. 후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압력 탓에 혈관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정맥루 수술에 주로 활용하는 표피 혈관은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협착 등이 생길 위험이 없는지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혈관 초음파를 통해 혈관의 형상을 파악한다. 최근에는 혈관의 탄성도를 보기도 한다.”

▷2021년 양쪽 중심 정맥이 막힌 환자의 동정맥루 수술에 성공했다.

“동정맥루(자기 혈관)와 인조혈관 활용이 힘든 환자는 목 정맥에 관을 넣는 반영구 도관을 활용한다. 이런 환자가 투석하다가 중심 정맥이 좁아지면 피가 통하지 않아 팔이 붓거나 얼굴이 붓는 증상이 생긴다. 이때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하지만 효과는 한순간이다. 다시 좁아지는 게 반복된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을 쓰고 양쪽이 다 막히면 다리에 만들기도 한다. 이런 환자에게 가슴 쪽에 있는 홑 정맥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박영우 흉부외과 교수와 함께 심장 옆에 있는 홑 정맥을 상완동맥과 연결하는 수술을 했는데 치료 결과가 좋았다. 더이상 사용할 수 있는 혈관이 없고, 신장이식도 대기해야 하는 환자에겐 큰 희망이 되고 있다.”

▷환자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겠다.

“의사와 환자, 투석 간호사 간 3박자가 중요하다. 아무리 혈관 수술을 잘했다고 해도 투석 간호사가 혈관에 찌르기 어렵다고 한다면 사실상 실패다.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다. 최대한 환자 혈관을 살리고, 방법을 찾기 위해 잠자기 전까지 고민한다. 미세한 혈관을 활용해 이리저리 잇고 환자가 투석하는 데 성공하면 보람이 크다.”

▷만성신장 질환은 예방이 상당히 중요하다.

“당뇨와 고혈압 관리를 잘해야 한다. 당뇨병에 걸렸는데 마음껏 음식을 먹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요즘 ‘단짠’ 음식이 유행인데 이런 음식은 모든 병의 근원이다.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다. 만보 걷기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계단 등을 오르는 것도 좋다. 신장질환자들은 스스로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 간다. 건강검진을 꾸준히 하고 건강상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한다. 이상 신호가 오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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