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연이은 호투에 ‘20 KS’ 소환한 송명기, 페디 ‘원 포인트 레슨’도 있었다
NC 우완 송명기(23)는 지난 12일 수원 KT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팀은 비록 3-4로 역전패했지만, 송명기의 투구는 빛났다. 5회 1사까지 ‘노히트’를 포함해 6.2이닝 동안 2볼넷 3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7회 2사 후 볼넷을 내줬고, 바뀐 투수 류진욱이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아쉬웠을 뿐 그 외에는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했다.
이날 KT전을 포함해 송명기는 8월 3차례 선발 등판마다 좋은 공을 던졌다. 1일 롯데전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6일 키움전은 5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송명기는 “최근 공이 계속 좋아서, 자신감도 점점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위가 좋아지면서 한층 공격적인 투구가 가능해졌다. 8월 3경기를 모두 투구 수 100개 이하로 끊었다.
송명기의 주 무기는 슬라이더다. 본인은 슬라이더 그립으로 던지고, 기록지에는 커터로 찍히는 공이다.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야 빠른공도 위력이 산다.
전반기 내내 슬라이더가 고민이던 송명기는 지난달 팀 동료 에릭 페디에게 조언을 구했다. 새로운 그립을 배웠고, 다음날부터 바로 실전에서 활용했다. 이후 결과를 보면 즉효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이날 송명기를 두고 “2020년 한국시리즈가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2020년이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송명기는 그해 한국시리즈 대활약으로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시리즈 전적 1-2로 끌려가던 4차전 선발승을 거뒀고, 6차전에는 8회 구원 등판해 3타자를 퍼펙트로 막았다.
송명기에게 2020년 한국시리즈는 영광의 기록이면서 한편으론 굴레다. 이후 송명기가 부진할 때마다 2020년 한국시리즈가 소환되곤 했다. 기대보다 성장세가 더디다는 아쉬움이다.
송명기 역시 고민이 많다. 슬라이더만 해도 페디 이전부터 주변에 도움을 구하며 답을 찾으려 했다. 지난겨울 미국에서는 함께 훈련했던 빅리그 정상급 구원투수 에반 필립스(29·LA다저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최근의 숙제는 ‘팔 각도’다. 2020년 당시 송명기는 의도적으로 팔을 내리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리쿼터 투구폼을 찾았다. 그러나 이후 송명기의 팔 각도는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더 내려갔다. 생각만큼 공 위력이 나오지 않을 때 팔 각도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송명기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 팔이 내려가서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이라고 했다. 교정 시도는 하고 있지만, 시즌 도중 전면적으로 고치기는 어렵다. 일단은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요인에 얽매이기보다, 상·하체 투구 타이밍만 신경 쓰겠다는 생각이다.
송명기가 호투를 이어가면서 강인권 NC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재학이 부상 복귀하면 선발진을 다시 손봐야 한다. 불펜에서 이미 던져본 송명기가 최근 선발 등판 기록이 좋다. 송명기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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