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이 묻는다, 모성이란 무엇인가
이한별·나나·고현정 3인 1역…파격적 여성 역할 눈길
“소도 때려잡게 생긴 나에게도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었다”고 했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OTT) 시리즈 ‘마스크걸’에 대한 배우 염혜란의 첫 인상이다. 그는 16일 서울 동대문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보고 이야기가 너무 세서 우려도 됐지만, 이런 강렬한 인물이 또 있을까 싶어서 욕심을 냈다”고 했다. 그가 맡은 김경자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납치·감금·살인도 불사한다. 공개를 앞두고 미리 본 1~6회에서, 김경자는 외모부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 안톤 시거가 연상될 정도로 강렬했다.
‘마스크걸’은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와 구성의 새로움이 요즘 나온 오티티 드라마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김모미 역할은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나눠 맡는 ‘3인 1역’을 시도했다. 1980년대 드라마 ‘토지’(KBS)에서 30대 전후반 다른 배우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드문 시도다. 이한별은 외모 때문에 연예인 꿈을 포기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직장인 김모미’다. 그가 성형을 하고 이름을 아름으로 바꾼 ‘성형 뒤 김모미’는 나나다. 고현정은 교도소에서 중년이 된 ‘죄수번호 1047 김모미’다. 김용훈 감독은 “3인 1역은 어려운 선택이었다. 작품 관계자 대부분이 우려를 표했다. 보통은 특수분장을 하지만, 배우의 표정과 표현을 살리고 싶어서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7회 중에서 이한별이 1~3회, 나나가 4~6회, 고현정이 6~7회에 등장한다. 이마저도 다른 인물의 과거와 섞여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캐릭터가 강렬하고 연기도 좋아 존재감이 상당하다. 나나는 동적으로, 고현정은 정적으로 극과 극의 변화를 준다. 성형수술을 한 김모미는 클럽에서 노래하며 주목받고 싶던 바람을 이루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교도소에 간 뒤 그곳에서 왕 노릇을 하는 무리들에게 대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고현정은 교도소에서 시작해 내내 그곳에서 머문다. 무표정이었던 그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을 표정으로 보여준다. 고현정은 “30년 넘게 연기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얼태기’(얼굴+권태기)라고 해야 하나? 체화되어 있던 늘 쓰는 것을 최대한 안 하려고 신경썼다”고 했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이한별은 “못생긴 인물을 맡은 것에 부담은 없다. 모미의 결핍과 불안에 동질감을 느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심경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2015년 동명 웹툰이 원작인데 외모 문제로 시작해, 살인, 복수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진다. 원작에서 지적받았던 시대착오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드라마에서는 여성의 연대가 더 강화됐다.
일차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람들은 외모로 김모미를 평가한다. 김모미가 현실에서 벗어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할 때다. 사람들은 얼굴을 가린 김모미의 날씬한 몸매에 열광한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는다. 비단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모미의 직장 상사이자 마스크걸을 좋아하는 주오남(안재홍)도 키가 작고 뚱뚱해 어릴 때부터 놀림을 받았다. 인간관계가 어렵고 특히 여자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주오남이 자신감이 넘칠 때는 마스크걸에게 후원금을 쏠 때다. 그곳에서는 “멋지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김모미와 주오남 모두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 이유를 외모에서 찾고 왜곡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김용훈 감독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의 개념들이 나온다. 누구에게는 괴상하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 인물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등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망상과 집착을 오가는 안재홍의 ‘오타쿠’ 같은 연기가 놀랍다.
그러나 작품이 본격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모성이란 무엇인가’다. 김경자는 혼자 어렵게 키운 아들 주오남에게 집착하면서도 마음처럼 커주지 않아 원망도 했다. 김경자의 복수는 ‘더 글로리’처럼 오직 딸의 행복만을 위한 처절한 모성애는 아니다. 세대, 종교, 죄책감 등 개인 욕망이 담겨 있다. ‘죄수번호 1047 김모미’는 어릴 때 엄마한테 맡긴 뒤 한번도 보지 못한 중학생 딸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자마자 탈옥을 시도하며 애틋한 모성애를 드러낸다. 김모미의 엄마는 딸에게 정을 쏟지 않았다. 엄마한테조차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란 김모미는 자신의 딸 이름은 김미모라고 지었다. 김모미가 엄마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사랑받고 자랐다면 모두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염혜란은 “김경자의 복수가 오로지 모성이라는 단일한 성격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모두가 마스크를 쓸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을 용기가 언제 생기게 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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