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 입은 고현정이 그린 섬뜩한 외모 지상주의의 살풍경 '마스크걸'

이근아 2023. 8. 16. 16: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현정이 민낯의 수감자로 돌아왔다.

BJ 마스크걸과 쇼걸 아름이, 죄수번호 1047이란 세 가지 인생을 사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모미를 통해서다.

세 가지 인생을 담기 위해 김모미 역에 세 배우(이한별·나나·고현정)가 캐스팅됐다.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는 김모미는 신인 배우 이한별이, 성형 후는 나나가 연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욕망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불편한 현실
고현정·나나·이한별이 김모미 역 연기한 1역 3인 캐스팅
매회 달라지는 화자…'멀티 플롯'으로 설득력 높여
오는 18일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배우 고현정은 살인을 저지른 뒤 교도소에 수감된 김모미를 연기한다. 김모미는 교도소 안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은 뒤, 교도소를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넷플릭스 제공

고현정이 민낯의 수감자로 돌아왔다. BJ 마스크걸과 쇼걸 아름이, 죄수번호 1047이란 세 가지 인생을 사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모미를 통해서다. 세 가지 인생을 담기 위해 김모미 역에 세 배우(이한별·나나·고현정)가 캐스팅됐다. 1역 3인의 도발적인 시도다. 그중 고현정은 살인을 저질러 교도소에 갇힌 김모미를 맡았다. "사회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저변에 깔린 문제점을 드러내는 이야기예요. 살면서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쓸 때가 있잖아요. 마스크를 벗을 용기가 언제쯤 생기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16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열린 '마스크걸' 제작발표회에서 한 고현정의 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초반 김모미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BJ 마스크걸로 활동한다. 초반의 김모미 역할은 신인 배우 이한별이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마스크걸'은 극 전반에서 짙은 불쾌감이 풍겨난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적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그보다는 욕망만을 향해 질주하는 괴이한 캐릭터들 때문이다.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보통 직장인이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평범한 외모 때문에 좌절됐다. 그녀는 그 욕망을 마스크를 쓴 채 춤을 추는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며 해소한다. 현실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는 몸매와 춤을 칭찬하는 성적인 댓글을 갈구한다. 여기에 직장동료 주오남(안재홍)의 뒤틀린 집착이 얽히며 김모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이후, 김모미는 성형수술로 원하던 외모를 갖게 됐지만 자신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도피 생활을 한다.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는 김모미는 신인 배우 이한별이, 성형 후는 나나가 연기했다. 원작 웹툰의 파격적 스토리에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문제의식은 그대로다. 외모로만 서로를 평가하는 현실 속에서 점차 뒤틀려 가는 캐릭터들의 욕망과 잘못된 선택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늘해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나나는 살인을 저지른 뒤에 성형수술로 자신이 원하던 얼굴을 갖게 된 김모미를 연기했다. 김모미는 쇼걸 아름이로 바에서 춤을 추며 은둔 생활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어쩌면 너무 적나라해 불편한 스토리는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감각적인 연출은 강점이다. 지난 2021년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후 2년 만에 복귀하는 고현정은 '마스크걸' 총 7화 중 6화에서야 등장하는데,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인다. 민낯에 쇼트커트, 죄수복이란 파격적인 모습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텅 빈 눈빛이 돋보인다. 김모미를 세 명이 연기하지만 이질감은 크지 않다. 오히려 외모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의 태도, 그럼에도 불행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김모미의 상황에 몰입이 어렵지 않다. 고현정은 1역 3인 캐스팅에 대해 "10대와 20대, 30대 등을 돌아보면 (같은 나지만) 많이 다르다"면서 "나눠 연기하면 더 그때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배우 안재홍이 연기하는 주오남은 BJ 마스크걸이 자신의 직장동료 김모미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 뒤로 김모미를 대상으로 한 망상을 하고, 그녀에게 뒤틀린 집착을 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주변 인물의 연기도 탄탄하다. 특히 김모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주오남 역을 연기하는 안재홍의 변신이 충격적이다. 사회와 단절하고 사는 고립청년의 캐릭터성을 반영하기 위해 매번 2시간 이상 특수분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연출은 2020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데뷔한 김용훈 감독이 맡았다. "사건에 따라 장르적인 톤을 다르게 가고 싶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매회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 하나의 사건을 여러 캐릭터의 관점으로 보여주는 '멀티 플롯'으로 각 회차마다 화자가 달라진다. 김모미의 연대기로 구성됐던 웹툰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누군가에겐 기괴하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연민의 대상일 수 있듯 어떤 시각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가 이 작품의 본질"이라는 김 감독의 설명대로 '각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를 충실히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