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제발 숨 쉬어"…죽은 새끼 물 위로 업어올린 돌고래의 모정

죽은 새끼 등에 업고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며 물 위로 밀어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16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정오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해상에서 돌고래가 폐그물에 걸린 채 이동하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폐그물을 끊어주려고 물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니던 것은 폐그물이 아니라 몸길이 1m 내외의 돌고래 사체였다.

남방큰돌고래가 등과 앞지느러미 사이에 사체를 얹고 이동 중이었던 것.

돌고래는 경찰이 다가가자 죽은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사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경이 고래연구팀에 문의한 결과 등에 업고 있던 사체는 새끼 돌고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돌고래는 새끼가 태어나면 본능적으로 수면 위로 들어 올려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 돌고래들은 가라앉으면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큰 개체들도 죽으면 다른 돌고래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 3월과 5월에도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던 돌고래를 발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더 이상 접근해서 따라가지 않았다"며 "해양보호 생물을 아끼고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