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교통사고 위장 살해' 혐의 부사관, 혐의 전면 부인
A씨 측 "살인 행위 없어, 살인죄 적용 불가"
피해자 유족 "범행 후 잘못 인정 없어, 용서 못해"
가해자, 피해자 자녀 증인 신문 여부 쟁점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 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육군 부사관 사건 첫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6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살인의 행위 자체가 없었고 과실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고의적인 사고도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군 검찰은 고발인인 B씨의 남동생 C씨와 자녀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피해자 측도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범행 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피고인이 자녀들이 법정에 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군 검찰은 지난 4일 군 법원에 A씨가 아내 B(40)씨를 자택에서 살해한 뒤 고의 사고를 냈다는 공소사실을 "A씨가 B씨를 '경부 압박'으로 의식소실 상태에 빠지게 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라고 일부 변경한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도 이날 법정에서 이뤄졌다.
이날 유족을 대표해 참석한 C씨는 "20년을 매형으로, 처남으로 누나와 함께 즐겁고 지내고 살면서 좋은 기억만 있었다"며 "그런데 5개월이 지나도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슬퍼하지 않고 있다. 억울한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이다"라고 주장했다.
"누명을 벗으려면 더 노력을 해야되는데 점점 뒤로 숨고 있다"며 "가족끼리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크게 만들고 싶지 않고 진실되게 사과하고 인정하면 됐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부인을 잃은 남편의 모습으로 절대 보이지 않아 용서할 수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나도 많다. 피고인은 초기 진술에서 '졸음운전'이라고 했다가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가진 채무와 이번 범행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꼭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발목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소량의 혈흔 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모포에 감싼 B씨를 차에 태운 뒤 수 차례 사고 지점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확인됐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핀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지목됐다.
육군 중앙수사단과 군 검찰은 수사 끝에 A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2월 '군 간부 전세금 대부'계약으로 대출 받은 7천만 원을 상환하지 못해 5차례에 걸쳐 납입고지서와 독촉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누적된 이자는 997만5천원에 달했다.
군 전세금 대출 외에도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만 2억9천여만 원에 달했으나 연체 상태였고, 수 차례의 단기 카드대출과 약관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B씨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
군 검찰은 범행 전날인 3월 7일 B씨가 자녀들의 학원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자 A씨의 명의의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대출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통장 잔액이 없는 상태를 확인하면서 부부간 다툼이 벌어졌고 이같은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15일 제3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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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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