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에 주가·원화값↓…"당분간 코스피 박스권·환율 오를 것"
세계 금융시장이 중국 경기 둔화와 부동산업체 파산 우려에 출렁거렸다.
16일 코스피지수는 1.76% 떨어져 252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지수는 2.59% 하락해 880선까지 내줬다. 원·달러 환율은 6.0원 올라 1336.90원까지 뛰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 대형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앞서 15일(미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02% 하락한 34,946.39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16%, 1.14% 하락했다. 유럽 증시의 각국 주요 지수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기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당분간 국내 주가와 원화가치가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6% 떨어져 2525.64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59% 떨어지면서 종가 기준으로 다시 900선을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기관이 팔고 개인이 사들이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 1만 계약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시장에 부담을 줬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1천600억원가량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매물을 받아냈다.
최근 등장한 중국 악재가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수요가 부진해지면 전 세계 수요가 회복하지 않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전 세계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수요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동산 이슈를 바탕으로 하는 경기 둔화 우려가 우리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업종과 철강, 화학 등 산업재 업종들이 다른 산업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소비와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이 줄어들고 외국인도 투자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가 현 수준 이상으로 가려면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야 하는데 중국 지표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국 모멘텀이 살아나지 않고 있어 코스피는 2,600이나 2,700, 하방은 2,500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차전지나 초전도체 같은 밈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도 수명을 다해 국내 증시는 박스권 내에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요인 자체가 새로 등장한 악재는 아니므로 시장 급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지만,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며 "중국 요인이 시장의 급격한 하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 우려는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상수지, 환율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 6월에 이어 7월까지 두 달째 흑자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7월에도 12억7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세인 데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7월 99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1% 감소했기 때문이다.
7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40.8%로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율(-34%)보다 컸다.
중국 경기 둔화는 나아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미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 여부에도 중국 경제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상수지는 4월(-7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에 이어 6월(58억7000만달러)까지 2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데다 부동산 부채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중국 경제 위기는 원·달러 환율 상승 또한 부추기고 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0.0163위안 오른 달러당 7.2764 위안을 기록하는 등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여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린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1원 오른 1,340.0원에 개장했다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6.0원 오른 1,336.90원에 마쳤다.
역대 최대폭인 한미 금리차에다 위안화 약세 요인이 겹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 우리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자금이 당장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 우리 시장에서 투자를 줄일 수 있다.
김형렬 센터장은 "우리 원화가 지속해 약세를 보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본부장은 "미국이 다음 달에 금리를 인상하면 외국인 수급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며 "미국 금리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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